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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서Ⅰ ㅣ 한길그레이트북스 59
이지 지음, 김혜경 옮김 / 한길사 / 2004년 6월
평점 :
처음 분서가 완역되었다고 했을때 매우 놀랐다. 소문은 무성하지만 누구도 읽거나 번역하기를 꺼리는 어려운 책이기 때문이다. 저자의 각주 등도 매우 성실하다. 하지만 모든 번역이 그렇듯 다르게 번역되거나 이해될 수 있는 부분도 적지 않게 있다.
다음 번 재판하게 될 경우 고쳐졌으면 하는 명백한 오류 중의 하나는 분서 권4 잡술의 해경문인데 김혜경 교수님의 분서2 29쪽 심경해설이라고 된 부분인데 이는 심경해설이 아니라 (수)능엄경 2권의 해설이다. 이 글의 이지의 진공설을 논하는데 매우 중요하고 자주 인용되는 글임을 감안하면 이런 작은 실수가 책전체의 위신을 떨어뜨릴 수 있다.
또 분서 권3 동심설 (분서1,348쪽)의 번역에서도 용동산동을 용동의 안산농으로 번역을 확정하고 주석에서는 일설에 따라 이지로 이해하면 문맥이 더 매끄럽다고 하였는데 번역의 일관성도 없을뿐더러 역자의 역문에 따라 이해하면 안산농이던 이지던가 문맥이 매우 이상하다. "뭔가를 아는 사람이라면 나에게 아직 동심이 남아 있다고 말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역자에 따르면 이 문장을 이치를 깨우친 사람은 감히 동심이라는 이상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지 않는 겸손함을 지닌다는 뜻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뜻인가? 그렇게 이해하지 않으면 저자의 말도 이해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런 겸손의 어기를 도대체 어디서 뽑아낼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글전체의 문맥을 고려하면 차라리 무언가를 많이 배운 지식인 혹은 식자들은 십중팔구 동심을 잃어버렸을테니 자신이 동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이해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부기하자면 용동산동은 안산농도 이지도 아닌 초횡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번역에 관한 문제는 방금 말한 그대로일 터이다.
이러한 세세한 문제는 여기저기 많이 있으나 이정도로 하고 마지막으로 칭찬과 박수를 보내고 싶다. 세계 학계를 통틀어 완역의 시도는 이것이 처음 아니겠는가. 앞으로 역자에 의해 혹은 후학들에 의해 더 나은 번역이 나올 것이고 그 기반 중 하나는 바로 작금의 김혜경의 분서 역임을 누가 부정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