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p <세계 최고 산업국 영국이 2류 국가가 된 이유>


적기조례는 1896년 폐지되기까지 31년간 존속했다. 그동안 영국 자동차산업은 쪼그라들 수밖에 없었다. 일거리가 없어진 자동차 사업가들이 미국, 독일, 프랑스 등 해외로 빠져나갔다... 지금 보면 적기조례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법이다. 자동차를 사람의 보행 속도로 다니라고 법으로 강제할 수 있을까?

그런데도 산업혁명의 선발 주자인 영국에서 먼저 그런 규제를 입법화했다. 19세기 세계 1위 산업국이던 영국은 1900년대에 이르러 그 지위를 미국과 독일에 내주고 말았다. 산업혁명을 선도했던 영국이 거꾸로 추격자 신세가 된 것이다... 마차를 보호하기 위한 규제가 마차와 자동차를 모두 잃는 결과를 낳았다... 규제는 그렇게 생겨난다. 기존 경제질서에서 이익을 보는 집단이 정치인을 움직여 새로운 경쟁자의 진입을 막는 게 보통이다. 기득권 집단에게는 혁신이나 발명이 심각한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정부도 보다 많은 사람이 종사하는 기존 산업이 새로운 산업에서 밀려나는 것을 마냥 방치하기 어려워 규제부터 검토하는 것이다.


73p <프리랜서의 어원>

프리랜서는 고용주가 누구든 상관없이 맡겨진 일을 하고, 그 대가를 받는다. 일이 있는 곳을 찾아 여기저기 옮겨 다니므로 정해진 직장이 없고, 일이 없으면 보수고 없다. 이처럼 자유로운 고용 형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보편적인 형태가 될 것이란 예측도 있다. 현대의 프리랜서는 자유 계약직이지만, 그 어원에는 흥미롭게도 중세 역사가 녹아 있다. 프리랜서는 'free'와 'lancer'의 합성어이다. 랜서는 '랜스를 쓰는 사람', 즉 중세의 용병을 가리킨다.


84p <8년간의 대륙봉쇄, 보호무역의 원조가 되다>

나폴레옹군은 개전 직후인 대륙에서는 승승장구했지만, 바다는 넘지 못했다. 그는 1805년 영국을 침공하려다 트라팔가르해전에서 넬슨 제독에게 저지당했다... 나폴레옹에게 대륙봉쇄령은 충분히 선택할 만한 전략이었다. 당시 영국은 산업혁명이 왕성하게 진행 중이었다. 면직물 수출로 경제가 급성장했고 증기기관 등의 발명이 속출했던 시절이다. 따라서 영국의 무역을 봉쇄하려면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시각은 근거가 없지 않았다. 실제로 영국은 대륙봉쇄령 탓에 경제적으로 심각한 어려움에 처했다... 하지만 유럽 대륙에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다. 8년간 계속된 대륙 봉쇄 시기에 산업혁명에 뒤처진 나라들이 자국 산업을 키울 시간을 번 것이다. 마라톤에서 혼자 선두로 나선 선수를 멈춰 세워 놓은 것과 마찬가지였다. 영국의 질 좋고 저렴한 면직물 수입이 금지된 동안 다른 유럽 국가들과 미국은 영국과의 격차를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었다. 이런 경험은 자유무역이 이득인 줄 알면서도 수시로 보호무역의 장벽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군대는 기병에서 포병 중심으로, 동력은 마차에서 증기기관차로 탈바꿈한 것도 나폴레옹이 전쟁에서 가져온 변화다.


274p <닥터쿠퍼>


구리의 내부식성(부식에 저항하는 성질)은 배를 만들 때 필수였다.... 또한 19세기 전기가 본격적으로 도입되자 구리는 전선의 필수 재료로 각광받았다. 구리는 펴거나 얇게 늘려 가공하기 쉽고 전도성이 은 다음으로 높기 때문이다... 1976년 발생한 재향군인병은 구리의 용도를 더 확장시켰다.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재향군인대회 참석자들 사이에서 집단 발병해 34명이나 사망한 일이 있었다. 원인은 냉방장치의 냉각수에 서식하는 레지오넬라균 때문으로 밝혀졌다. 이를 계기로 에어컨 배관, 수도관 등을 향균 효과가 있는 동 파이프로 대체했다. 사람 손을 많이 타는 동전, 문 손잡이, 난간 등은 대개 구리로 만든다. 군수품에도 구리가 없어서는 곤란하다. 총알만 해도 화약을 제외한 나머지는 대부분 구리로 되어 있다. 항공기, 군함 등에 장착되는 레이더와 각종 전자 장비도 구리가 필수다. 충전 배터리가 장착되는 전기 자동차는 기존 자동차의 수십 배에 달하는 구리가 소요된다. 이렇다 보니 구리의 국제가격은 세계경제와 긴밀한 상관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구리 수요가 늘어 가격이 오르면 경기 호황 징후로, 가격이 떨어지면 경기 침체 징후로 해석된다. 때문에 국제 원자재 시장에서는 '구리 박사'라는 뜻의 닥터 쿠퍼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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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경제 세계사- 눈앞에 펼치듯 생동감 있게 풀어 쓴 결정적 장면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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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p <세계 최고 산업국 영국이 2류 국가가 된 이유>

적기조례는 1896년 폐지되기까지 31년간 존속했다. 그동안 영국 자동차산업은 쪼그라들 수밖에 없었다. 일거리가 없어진 자동차 사업가들이 미국, 독일, 프랑스 등 해외로 빠져나갔다... 지금 보면 적기조례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법이다. 자동차를 사람의 보행 속도로 다니라고 법으로 강제할 수 있을까?
그런데도 산업혁명의 선발 주자인 영국에서 먼저 그런 규제를 입법화했다. 19세기 세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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