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쓰는 일 - 상실의 늪에서 오늘을 건져 올리는 애도 일기
정신실 지음 / IVP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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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쓰는 일> 서평

만개한 벚꽃나무와 깨끗한 하늘. 화려하고 아름답지만 조금 아득한 느낌이 참 마음에 들었다. 책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나서 표지 디자인을 보면서 갖게 된 느낌이었다. 그런데 책을 손에 넣고나서 한참을 읽다가 후반부에 한 페이지에 꽉 찬 표지 배경을 보고서야 알았다, 표지의 벚꽃나무가 사진이 아닌 그림인 걸. 인상이 바뀌진 않았지만 다른 느낌이었다. 흩날리는 꽃잎, 청명한 하늘색을 곰곰히 바라보면서 예상밖의 감동을 느꼈다.

책을 읽으면서도 뭔가 비슷한 느낌이었다.
책의 앞부분에 그대로 인용된 2020년 3월 14일의 페이스북 글, 어머니의 장례식을 마치고 저자가 올린 글을 읽었었다. 그리 길지않은 글에 묻어있는 절절함에 울컥하기도 하고 글을 올린(올린 글의) 의연함에 조금 놀라기도 했다. 그간 다른 매체와 책, 블로그를 통해 저자의 글과 강의를 읽고 들었었다. 친한 지인을 통해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적도 있었다. 그래서 어렴풋이 그려졌다, 이 책이.
그런데 책을 손에 쥐고 읽기 시작하니 익숙한 글과 사연, 감정 사이로 전달되는 새 이야기들이 있었다. 오래전 돌아가신 아버지와 남겨진 어머니, 남동생의 이야기에서 시작된 어머니와 저자의 이야기가 현재를 지나가면서 넓혀진다. 길고 질긴 슬픔의 아픔을 인정하고 받아주고 기다려주는 가족, 헤아리고 보살펴준 이웃들. 쓰는 글의 독자로 그려진 몇 사람과 위로받을 사람들까지.
어머니를 잃은 지금의 자신의 마음과 몸을 살피는 긴 시간을 떠받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좋았다. 저자의 자리에 서서 글을 읽으면서도 순간순간 남편과 아이들, 후배와 권사님의 마음과 행동에 집중하게 됐다. 서툴 수 밖에 없는 위로의 시간을 버티게 하는 힘이 무언지 혹 기술은 있는지.

글을 읽으며 고3을 앞두고 갑자기 돌아가신 아버지, 우주에서 가족을 가장 사랑하신다고 수줍게 고백하시는 어머니가 자주 생각났다. 그리고 사람들의 시선과 신앙의 좁은 틀에서 자신의 감정을 천천히 바라볼 마음의 여유를 빼앗긴 사람들이 그려졌다. 글을 읽으며 지금의 사람들을 사랑하고, 잃어버리는 슬픔을 준비하고 경험하고 천천히 소화하는 법을 배운 것 같다.

서평단(독서단)에 선정되어 책을 받은 날 페북에 올린 책 사진을 보고 한 페친이 '슬픔을 쓰는 용기, 저도 좀 땡기는 책이네요' 라고 책 이름을 잘못 언급했다. 처음에는 'ㅎㅎㅎ'로 댓글로 달려다가 한참을 지나고 나서 그냥 좋아요를 눌렀다. 최근에 나온 유명한 작가의 비슷한 책 제목과 혼동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어울리는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슬픔을 쓰는 용기.
쓰고 나면 읽을 힘과 살 힘이 생기고, 그 힘으로 읽어낸 책과 살아낸 하루의 흔적이 다시 글에 묻어나며 차츰 쓰는 글을 완성해간 저자의 글쓰기를 그 용기를 응원하고 싶다.

책 맨 뒤에는 글쓴이가 애도의 시간을 함께 보낸 책들이 자리잡고 있다. 물론 대부분은 글의 구석구석에서 인용되거나 소개되고 있다. 책을 받자마자 습관처럼 책의 앞 뒤를 먼저 살펴봤다. 차례와 들어가며(서문), 추천의 글과 소개된 책(애도의 계절을 함께 지나온 책) 제목들을 읽었다. 보통은 소개된 책들을 검색해서 바로 찾아보는 편이지만 이번엔 그러지 않았다. 책을 읽으며 그 분위기와 내용에 잠긴 채로 한권 한권 언급될 때마다 천천히 찾고 담았다. 몇권의 익숙한 책에 공감하고 덜 익숙하거나 낯선 책들에 기대하며.


* 이 글은 IVP 출판사의 독서단으로 지원, 선정되어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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