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소 관리인의 일기
안병직 옮김 / 이숲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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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싱가폴, 미얀마 등에서 '사업'을 펼친 한 조선인의 일기를 현대어로 재구성한 것이다.

저자는 창씨개명을 하고, 일본제국의 한 시민으로 살아간 사람이다.


그는 일본의 승전보에 박수를 치고

일본의 패배에는 안타까움을 느끼는 '동화된' 조선인이다.

일본에 대한 반감이나, 저항감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그저 시대에 순응하면 살아간 사람으로 보인다.


그는 버마에서 위안소를 경영한다.

위안소의 구체적인 풍경과 일상에 대한 묘사는 그다지 들어있지 않다.

다만, 오늘 영업을 몇시에 했다. 관공서에 다녀왔다. 누가 찾아왔다 정도의 단순한 기록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우리가 상상하기 힘든 모습들도 간간히 보인다.

위안부들을 대신해서 고향에 송금을 해주기도하고

저자 자신도 조선에 있는 가족을 위해 송금을 한다.


위안부 중에는 일을 그만두고, 조선으로 돌아가는 사람도 있고

돌아가서는 무사히 도착했다며, 저자에게 엽서를 보내기도 한다.

그리고, 저자는 자기 업소에서 일했던 위안부들과 만나고 헤어질때

서로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학대나 고발의 기록을 기대한 사람이라면 실망할지도 모르고

반대의 입장에서 일본 옹호론을 주장하는 사람도 실망할지 모른다.

극단적인 양쪽의 입장과 상상과는 조금 다른, 조금 김빠진 평범한 하루하루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덤덤하게 느껴질 수 있는 

소시민의 기록이 어쩌면 그 당시를 살았던

'보통 사람'의 궤적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내용 자체는 충격적인 내용도 없으며, 감동적인 이야기도 없고, 문학적이지도 않다.

하지만, 위안소를 운영했던 사람의 기록이었다는 것이 가치로 인정받고 있다고 본다.

하루하루 무엇을 먹고,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어떤 뉴스를 듣고, 어떤 사실에 일희일비했는지를 알 수있다는 점에서, 당시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은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단, 역사나, 위안부 문제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책 가격을 고려하면) 따분하고,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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