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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래컴, 동화를 그리다
제임스 해밀턴 지음, 아서 래컴 그림, 정은지 옮김 / 꽃피는책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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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래컴의 그림은 다양한 책의 삽화를 통해서 만나볼 수 있었지만, 이번 책에서만큼 다채로운 그림을 모아서 보는 경험은 다신 없을 것 같아요. 익히 알고 있던 그림체와 다른 그림들도 많이 볼 수 있어서 넘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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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책장을 덮고 다시 표지를 살핀다. 네잎 클로버를 꼬리에 단 채 흘깃 나를 쳐다보는 헬렐. 검은고양이가 내미는 제안은 내게 행운일까 불운일까?

사람은 다 같다고, 사람에겐 값을 매길 수 없다고 누가 그래? 값을 나누는 등급도 다 정해져 있는데. 왜, 패밀리 레스토랑 있잖아. 거기도 돈을 다 다르게 받거든. 중학생이 됐을 때 어떤 애들은 더 이상 어린이 요금이 아니라 성인 1인분 요금을 내야 한다면서 싫어하더라고. 난 오히려 1인분 값을 할 수 있어 다행이야. 중학생 쓰는 데가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알바 자리를 구할 수 있었거든.

18p

아직도 이렇게 바른 중학생이 있을까? 싶은 생각을 하다가 나는 어쩌다 아이들을 이렇게 삐딱하게 보는 어른이 된거지?하는 반성을 한다. 폐지를 줍는 할머니와 아르바이트를 하는 중학생. 무엇이 갖고 싶은지, 하고 싶은지, 소원을 말해보라는 악마에게 ˝선택. 내가 뭔가를 고르는 거요.˝라고 이야기 하는 아이는 헌 운동화를 신어도 ‘아, 난 괜찮아. 새 운동화 없어도 돼.‘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에 있고 싶어했다. 수학여행비가 없어 그 참석여부를 이미 선택할 수 없었음을 꾹 눌러삼켰던 아이.



끊임없이 아이에게 소원을 말해보라며 속삭이는 헬렐을 보며 그림자를 판 사나이를 떠올린다. 어쩐지 손쉽게 그림자를 팔아버린 어른과 달리 아이는 계속해서 자신의 한계를 규정하고 악마가 보여주는 환상에도 유혹당하지 않는다. 그것은 어쩌면 아이이기 때문에 갖는 두려움과 경계심 덕분일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는 내내 뻔하게 떠올릴 아이의 소원이 아이의 입에서도 꿈에서도 나오지 않아 혼자서 애가 타다가 그것 역시 어른인 나의 희망사항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런 나의 예상을 깨는 작가의 스토리에 그는 나보다 더 아이와 가깝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그가 만든 이야기를 한 스푼 더 신뢰하기로 했다.

이 모든 수고를 거쳐 봐야 원점이지만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한 바퀴 돌아 제자리인데도 뭔가 달라진 것 같아. 코치님이 환장하는 그, 끝내기 홈런을 때린 기분이랄까.

236p




#파우스트

#성장소설

#클로버

#소설클로버

#나혜림

#창비청소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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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모임 잘하는 법 - 함께할수록 깊고 따뜻해지는
박은미.신동주.오수민 지음 / 북바이북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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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모임을 위한 준비부터 마무리까지 모두 세세하게, 세심하게, 친절하게 담겨있다. 무엇보다 현장에서 다져진 저자들의 노하우가 술술 읽히는데 더불어 나도 하고 싶다..하는 마음을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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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홀로코스트가 의심의 여지없이 인류 역사상 최악의 잔혹 행위였다고 주장하는 서구 사람들을 종종 만난다. 물론, 홀로코스트는끔찍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궁금할 때가 많다. 과연 콩고에서와 같은아프리카의 잔혹 행위는 얼마나 끔찍했을까? 유대인들은 가졌지만 아프리카인에게는 없는 것은 기록이다. 나치는 꼼꼼하게 기록했고, 사진을 남겼고, 영화를 제작했다. 그리고 그것들이 실제 전해 내려왔다. 홀로코스트의 희생자가 얼마나 됐는지 아는 이유는 히틀러가 그 숫자를셌기 때문이다. 600만 명이 죽었다. 우리 모두 그 숫자를 보면서 경악할 수 있다. 하지만 아프리카인들을 상대로 행해진 잔혹 행위의 역사를 들여다본다면, 명확한 숫자는 없이 오직 추정만이 존재한다는 걸알 수 있을 것이다. 단지 추정만으로는 경악하기가 어렵다.  - P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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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명소녀 투쟁기 - 1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
현호정 지음 / 사계절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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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소나기처럼 움직인다고 북두는 설명했다.
지평선에서부터 먹구름과 비가 솨아아 달려오는 모양으로 죽음도 다가온다고. 그러므로 만약 구름이 움직이는 속도보다 더 빨리 달린다면 비를 맞지 않을 수 있듯이, 죽음과 반대 방향으로 계속 움직이면 죽음을 조금, 어쩌면 아주 오랫동안 늦출 수 있다는 말이 되었다." (12~13p)

수정은 점쟁이 북두에게 스무 살 전에 죽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당황스러운 것은 수정은 그저 '어느 대학에 합격할 것인지' 궁금해서 찾아간 점집이라는 것이다.

탕. 탕.

곧 죽을 것이라는 이야기에 "싫다면요?"라는 당찬 대답을 한 수정이 내려온다. 철계단을 내딛는 소리가 총소리 같다는 저자의 표현에 혼자서 내려오는 수정의 걸음을 살금살금 뒤쫓아본다. 그렇게 내내 수정의 뒤를 쫓으며 그녀와 함께 '삶'을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유심히 수정을 살핀다.

열아홉의 수정은 곧바로 자신의 '삶'을 찾아 떠난다. 어쩐지 우리나라 고등학생이 이렇게 자신있게 결정을 할 수 있나.. 하는 선입견이 올라온다. 그러나 수정은 이미 혼자서 자신의 운을 점쳐보기로 한 아이였다는 것을 깨닫는다. 머릿속에서 나혼자 이런저런 경계를 하는 사이 수정은 이미 방향을 정해서 걷기 시작했고 이야기는 낯선 사람들과 낯선 공간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ㅡㅡ
우리나라에서 열아홉의 나이는 삶의 기로에 서 있는 나이이다.

학생의 신분을 연장할 것인지, 지금까지와는 다른 생활전선에 뛰어들 것인지.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이 연장된 상황에서 개인이 실질적으로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 첫번째 관문이 아닐까 한다. 이후로는 더욱더 많은 끊임없는 선택의 순간이 도래하겠지만 그래서 이 소녀의 단호한 첫마디가 우리를 설레게 하는 것 아닐까?

#제1회박지리문학상수상작 이다.

원래 #서평단 활동에 신청하지 않는데 이 수상작은 무척 욕심이 났다. 말그대로 젊은 나이에 #단명한작가의 문학상수상작제목이 #단명소녀투쟁기 라니.

덕분에 전자책으로 먼저 출간되기 전의 책을 받아보고, 누구보다 먼저 읽어보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었다. 어떤 일이든 처음은 낯설지만, 또 설레인다.

시선을 끄는 표지를 한참 바라본다. 금방이라도 숲 속에서 걸어나와 나에게 함께 가자고 할 것도 같고, 자신의 앞에서 비켜서라고도 할 것 같다. 수정을 가로지르며 흐르는 띠지를 보고 있자니 어서 나도 동참하고 싶어 엉덩이가 들썩거린다. 가위를 찾는다.

그러다 흑과 백으로 준비되어진 숨겨있던 갈피끈을 맞닥뜨리는 순간 #출판사사계절 의 센스에 탄성이 나왔다. 이걸 어떡하지? 만지작 만지작... 삶과 죽음을 손에 들고 책을 가른다.

개같은 내일을 만나러 우리랑 가야지.
북두를 바라보며 수정의 안내를 받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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