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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의 여름
루시 스티즈 지음, 노진선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8월
평점 :
에티의 여름
루시 스티즈
『에티의 여름』을 읽고 난 뒤, 한동안 주변의 사물들이 다르게 보였다. 늦은 밤에 책을 펼쳤다가 새벽이 지나 아침이 될 때까지 손에서 놓지 못했던 책이다. 단순히 화가와 예술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예술을 통해 사람의 마음이 흔들리고, 상처받고, 다시 자신을 찾아가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였다.
처음에는 ‘화가의 세계는 어떤 곳일까?’라는 궁금증으로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에티의 시선을 따라가면서 내가 그림을 너무 평범하게 보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과일을 쥐고 있는 게 아니에요. 색을 쥐고 있는 거예요.”라는 말은 특히 오래 마음에 남았다. 그 순간 나 역시 과일을 과일로만 보던 시선에서 벗어나 색과 빛, 질감, 형태를 바라보게 되었다.
“태양이 빛난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살갗에 온기를 느끼게 하려는 것”이라는 표현을 읽을 때는 그림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느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에티가 내게도 그림을 번역해주는 것 같았다.
음식을 바라보는 장면도 인상 깊었다. 음식을 맛있는 것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은빛 정어리, 나풀거리는 양상추, 분홍색 순무, 둥근 빵과 버터처럼 형태와 색을 먼저 바라보는 모습에서 일상의 모든 것이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나는 식탁 위의 컵과 접시, 빵과 과일을 한 번 더 바라보게 되었다. 평범했던 것들이 조금씩 새로운 언어를 갖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마음에 남은 것은 “내 안의 모든 것은 캔버스 위에 있다. 내 인생은 물감 속에 녹아 있다.”라는 말이다. 결국 그림은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이고, 캔버스는 한 사람의 삶을 담아내는 공간이었다. 그렇다면 나의 삶도 하나의 그림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에티가 자신의 틀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길을 찾아가는 모습은 나에게도 용기를 주었다. 사회의 편견과 무시 속에서도 자신의 감정과 삶을 작품에 담아낸다는 것은 결국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끝까지 자신의 삶을 살아내려는 한 사람의 마음이었다.
『에티의 여름』은 나에게 예술을 보는 법만 가르쳐준 책이 아니다. 나 자신을 바라보는 법을 알려준 책이다. 이제 나는 그림을 볼 때 ‘무엇을 그렸을까?’에서 멈추지 않고 ‘이 그림에는 어떤 삶과 감정이 녹아 있을까?’를 생각하게 될 것 같다.
그리고 문득 궁금해졌다. 나의 삶은 어떤 형태와 색과 질감을 가지고 있을까.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은 어떤 그림의 언어로 남아 있을까. 언젠가 나도 나의 인생을 하나의 캔버스에 그려보고 싶다. 그래서 그림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잘 그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살아온 나를 만나기 위해서다.
<단단한 맘의 서평모집>을 통해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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