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 파라과이 ㅣ 나의 첫 다문화 수업 21
이민호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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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 파라과이

이민호

이 나라에도 민주화의 바람이 불었고, 마침내 문민정부가 평화적으로 정권을 이양받았다. 파라과이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역사적 상처를 간직한 나라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동안 파라과이 사람들의 삶과 정체성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제주도를 흔히 ‘삼다도’라고 부른다. 바람, 돌, 그리고 여자가 많다는 의미이다. 파라과이에도 이와 비슷한 표현인 ‘무헤르 파라과야(Mujer Paraguaya)’가 있다. 약 160년 전 파라과이 남성 인구의 90%를 앗아간 전쟁 이후, 파라과이 여성들은 전사한 남편과 아버지를 대신해 가정을 책임지고 국가 경제를 지탱해 왔다. 그들의 강인함은 오늘날까지도 파라과이 사회의 중요한 정신적 기반이 되고 있다.

책을 읽으며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파라과이 국가(國歌)의 탄생 배경이었다. 파라과이의 국가인 「파라과이인들이여, 공화국이 아니면 죽음을」은 독립 이후에도 국가가 없었던 파라과이를 위해 피게로아가 1846년 5월 20일 완성한 작품이다. 그는 파라과이와 우루과이, 두 나라의 국가 가사를 모두 쓴 유일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아메리카의 백성들에게, 불행히도 세 세기 동안 하나의 홀이 짓눌렀다.그러나 어느 날 분연히 일어나“이제 됐다!” 외치며 그 홀을 꺾어버렸다. 우리의 선조들은 장렬히 싸우며 전장의 영광을 드높였고 저 찬란하던 왕관을 부수고서 승리의 자유 모자를 치켜들었다.

이 가사를 읽는 동안 자연스럽게 「임을 위한 행진곡」이 떠올랐다. 이 노래는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추모하며 만들어진 곡으로, 한국 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민중가요이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고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우리나라 역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시민들이 주먹밥을 나누며 서로를 도왔다. 가진 것을 함께 나누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먼저 나섰던 사람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의 민주주의가 존재한다. 우리는 그 의미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또한 이 책에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파라과이의 재활용 오케스트라 이야기도 소개된다. 버려진 쓰레기 더미에서 재료를 모아 통조림 깡통은 첼로가 되고, 폐기된 나무 도마는 바이올린이 되며, 녹슨 파이프는 트럼펫으로 다시 태어난다. 아이들은 처음으로 악기를 손에 쥐고 자신만의 소리를 만들어 내며, 그 음악을 통해 세상과 소통한다.

파라과이 사람들은 전쟁과 가난, 독재의 역사 속에서도 서로를 돕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잃지 않았다. 그들의 희생과 연대의 정신은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과라니 신화에서 말하듯 인간이 탐욕을 버리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간다면, ‘악이 없는 땅’은 먼 이상향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 갈 수 있는 현실의 낙원이 될지도 모른다.

이 책은 전쟁과 시련 속에서도 ‘함께 행복하게 사는 법’을 보여 준다.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살아가는 파라과이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만나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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