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 살의 남장 여행가 김금원 - 예술+문화 2 역사 인물 돋보기
신혜경.김용심 지음, 김병하 그림 / 보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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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 살의 남장 여행가 김금원은 조선 시대 여성 김금원의 실제 행적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그림책으로, ‘금기를 넘은 소녀의 용기를 담아낸다는 점에서 분명 인상적인 작품이다. 하지만 그 찬사만으로 이 책의 의미를 모두 설명하기에는 조금 이르다. 이 책은 동시에,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과연 오늘날 우리는 김금원의 도전을 얼마나 입체적으로 바라보고 있는가?”

 

김금원은 열네 살에 남장이라는 사회적 위장을 통해 조선 사회의 성별 규범을 비틀고, 전국을 돌며 글을 남긴 인물이다. 이러한 행위는 단순한 여행이나 모험의 차원을 넘어, 여성이 길 위의 존재가 될 수 없었던 시대에 사회적 질서에 균열을 낸 상징적 사건으로 읽힌다. 그러나 책은 김금원이 왜 그런 결단을 내렸는지, 어떤 위험과 감시 속에서 그것을 실행했는지에 대해선 충분히 깊이 들어가지 않는다. 오히려 멋진 도전이라는 표면적 서사에 머무르는 듯한 인상도 남는다.

 

그럼에도 이 책은 의미 있는 비교 지점을 제공한다. 바로 현대의 여성 여행가 한비야다. 김금원이 남장을 하고 조선의 경계를 넘었다면, 한비야는 국경과 제도를 넘어 지구촌 곳곳에서 구호 활동을 펼치며 또 다른 경계를 넘었다. 두 사람 모두 여행을 통해 여성의 사회적 역할을 확장한 존재이며, 그들의 기록은 단지 개인의 체험이 아니라, 시대에 말을 거는 문서다. 특히, ‘기록하는 여성이라는 공통된 정체성은 이들이 단순한 행위자가 아니라 사유하고 증언하는 주체임을 보여준다.

 

이 책은 초등 고학년 독자에게 조선 시대 여성의 삶과 제약을 이해시키기에 유용하며, 문학·사회·인권 수업에서 여성은 왜 길을 떠나야 했는가?”, “기록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와 같은 질문으로 확장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그러나 교사나 보호자가 이 책을 다룰 때는, 단순한 감탄에서 멈추지 않고 금기를 넘어야 했던 구조적 조건과, 그 조건이 오늘날에도 남아 있는지를 함께 성찰하도록 안내하는 것이 필요하다.

 

'열네 살의 남장 여행가 김금원'은 한 소녀의 발걸음이 어떻게 시대의 틀을 흔들었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하지만 그 발걸음의 무게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우리는 그녀의 침묵과 용기, 그리고 그 이면의 시대를 더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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