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참 징하게 더웠다. 그런데 놀라운 건 앞으로 지낼 여름 중 올 여름이 가장 시원할 전망이라는 거다. 극히 일부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지만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에 심각성을 느끼지 않기란 무척 힘들다. 환경, 생태 등에 관해 일체 무지하지만 지구 온난화에 책임을 느껴야 하는 일원으로서 우리 자연환경을 이해하고 공부하자는 심정으로 <습지에서 지구의 안부를 묻다>를 읽어나갔다. 본 도서에서는 습지를 중점으로 다루는데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습지를 보여준다. 먼저 용어 정리를 할 필요가 있었다. 습지란 마른 땅도 아니고 강이나 호수도 아닌 축축한 땅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습지의 세계가 얼마나 방대한지 알게 되었다. 사전적 의미로서의 습지란 이산화탄소를 품고 있는 이끼 등과 같은 식물이 완전히 썩지 않은 채로 퇴적되어 탄화된 토탄을 만들어 내는 습기가 많은 지역이다. 우리말로는 모든 형태의 습지를 세분화하는 용어 없이 습지라 통칭하므로 습지를 분류한 단어인 ‘펜’ ‘보그’ ‘스웜프’의 의미를 먼저 설명하는 것으로 책은 시작된다. .수심이 깊은 편인 펜은 영국에 광범위한 지대에 분포되었으므로 문학이나 예술작품 속에 나타난 영국 펜의 모습을 보여주는가 하면 거의 선사시대에까지 거슬러 올라가 중세시대에까지 범람하던 펜에 대한 기록을 조사하고 현재에 이르러 경작지 개발 등에 의해 얼마나 그 범위가 축소되었는지 밝힌다. “펜은 처음에 가축을 위한 목초지로 개조되었다가, 그 다음에는 대규모 배수사업을 통해 밀밭으로 바뀌었다. 이렇게 습지가 경작지로 바뀌면서 메탄과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이 늘어났는데, 인류는 그 속도를 더욱 증가시켜 지금에 이르렀다. 현재 우리는 이산화탄소를 최대한 빠르게 돈으로 전환하려하는 세계경제에 갇혀있다.”강우가 수원인 보그는 북유럽에서 발굴된 유물이나 미라화된 시신, 유적 등을 통해 보그를 보여준다. .보그에서 자라는 물이끼의 생태가 흥미를 끈다. 광물에 포함된 영양분을 필요로 하는 다른 식물들과 달리 물이끼는 미네랄이 포함되어 있지않은 빗물에 의존하는 식물로 물을 저장하는 성질이 있다고한다. 따라서 가뭄에 습지가 마르면 물이끼의 수분이 습지를 유지할수 있게 하는 능력이 있다고. 또한 물을 흡수하는 성질 때문인지 원주민들이 물이끼를 기저귀로 응용해 사용했었다니 흥미롭다. 물이끼는 산을 배출하는데 식초와 비슷한 그 산성 성질 때문에 보존능력이 뛰어나 방부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산성성질이 강한 보그에서 발굴된 보그 시신들은 거의 원형에 가깝게 보존된 채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연대를 추정해보면 중석기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시신들이 손톱과 지문은 물로이고 위장에 남아있던 음식물까지 추정하여 당대의 계급이나 지위를 짐작케 했다니 정말 놀랍다. .다양한 스웜프는 미국의 여러 지대를 중심으로 보여주는데 수심이 낮고 나무가 무성한 곳을 이른다. 미국의 스웜프 역시 이민자들을 적극 받아들이는 정책으로 육지와 경작지를 늘렸던 시절 때문에 배수되고 벌채되어 서식지가 파괴된 새들이 멸종되거나 멸종 위기가 되는 결과를 낳았다. ———습지의 역사는 습지 파괴의 역사라고 했던 어느 학자의 말처럼 <습지에서 지구의 안부를 묻다>에선 습지의 파괴와 상실을 보여준다. 근래 점점 더 자주 일어나는 것 같은 거대한 산불이 심상치 않은데 아마존 화재나 오스트레일리아의 산불 뉴스는 대단히 충격이었다. 그 화재로 우리 생태는 얼마나 많은 손실을 입었으며 대기층에 가해진 폭력은 또 얼마일지. 자본의 논리 하에 아마존에서 부족민들을 일꾼으로 삼아 그렇게 많이 벌목하고 목초지로 만들지 않았어도 아마존은 불타지 않았으리라. 오스트레일리아의 산불 원인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코알라와 캥거루들이 불타 죽는 소식은 정말 너무 가슴이 아팠다. 습지 파괴는 기후학적 관점 뿐 아니라 생물학적 관점에서도 손실이고 손해인 것이다. 자연은 우리가 이용하고 착취할 대상이 아니라 자연 역시 공생하고 더불어 살아가야할 대상이다. 일부 어떤 국가에서 자연에 권리를 부여하는 법이 제정된 것은 그런 의미에서 환영받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