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정신과 기독교
오노 시즈오 지음, 김산덕 옮김 / 하영인 / 2019년 8월
평점 :
품절


먼저는 일본 선교 전문가들의 추천이 눈에 띄었다. 왜냐하면 일본 선교에 대해서 전문가라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앞서 있었기 때문이다. 나로써는 한번도 접해보지 못한 일본 선교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전문가들의 추천에 귀를 기울일 수 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요즘과 같이 민감한 시국에 일본에 관한 관심과 조명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일본의 조치는 매우 불만족스럽고 불합리한 행동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흐름 속에서 일본의 선교를 이야기 한다는 것은 일본의 불만족스러운 행동에 대하여 반대의견을 내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어찌되었든 이 책을 보면서 느꼈던 점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개신교 선교를 시작한지 120년이 지난 지금 일본은 메이지 유신을 비록하여 수 많은 대외전쟁을 경험하며 지금까지 왔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에서 복음을 전한다는 것은 돌밭에 씨를 뿌리는 식의 인식이 강했다. 나는 여기에 의문을 갖고 있었다.

힌트를 얻을 수 있었던 점은 근대 해외 선교는 대부분 아직 <국가>가 형성되지 않은 "후진"지역에서 실시되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일본만큼은 이미 통합적인 문화권을 형성하고 있었고 국가로서 고도의 독립을 유지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정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럼에도 아쉬움으로 남아 있던 것은 왜 여전히 일본사회에서 기독교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이렇게 미비한가에 대한 의문이었다.

책의 저자는 일본의 기독교회사를 통해서 일본의 정신을 들여다 보며 동시에 일본 기독교 정신이 계몽주의의 흐름이 만연한 시대 속에서도 그들에게 복음을 전한 초대 선교사들의 기독정신을 유지하며 시대의 흐름에 표류하지 않은 강인한 함선과도 같다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일본은 우찌무라 간죠와 같은 인물을 배출하게 되었다. 저자인 오노시즈오는 탄탄한 역사자료를 근거로 일본의 정신과 기독교를 균형있게 설명했다.


"숫자와 세력이라는 점에서 일본의 기독교는 아직도 전 인구의 1%도 미치지 못하는 소수파이다. 일본에서 선교가 시작된 이후 통계적으로 볼 때 그것은 결코 성공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역사의 실패와 성공은 반드시 숫자만으로 판가름되는 것은 아니다. _29"

숫자와 상관없이 기독교는 시대를 거듭할 수록 사회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했다. 1970년의 상황을 보면 기독교가 "선한 사마리아인"으로서의 두드러진 활동을 통하여 자기 실현을 추구했다. 불교를 비롯한 비공인시설을 모두 합하여도 기독교에서 감당한 만큼은 되지 않았다.

어떤 사회에서이든지 기독교가 그 사회에 빛과 소금의 역할로 선한 일들을 재창조해 낸다는 점에서 일본 역시 마찬가지였다. 일본의 정신사와 비교해 볼 때 사실 일맥상통한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한 경각심이 너무나 뚜렷하기에 조건과 이유없이 다른 어떤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에도 조심스러운 것이 일본 사람들의 특징이라 생각한다.

일본인들에게 내향적 성향의 특화는 곳곳에서 잘 드러나 보이고 있다. 특별히 대표적인 일몬의 스포츠 경기인 스모 경기에서 그 힌트를 볼 수 있다. <와>라고 하는 경기장안에서는 서로의 몸 싸움 끝에 상대방을 바깥으로 내밀쳐 승기를 잡는 게임이다. 씨름과는 달리 바깥으로 밀쳐내는 경기 규칙 속에서 일본인의 정신을 엿볼 수 있다. 일본 사람들의 정신 세계 안에는 <안에 있는 것은> 좋은것, 바깥에 있는 것은 <좋지 않은 것으로>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보여진다.

흥미로운 점은 일본의 기독교계는 근대 자유주의 신학에 근거하는 하나님 나라 이해가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교회와 하나님 나라의 실질적인 동일성을 계승하려는 생각이 결핍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p.336) 이러한 현상은 교회가 추구하고 바라봐야할 기독교적 가치관과 세계가 교회를 중심으로 일어나지 않고 사회 전반에 걸쳐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기독교적 가치 추구가 이전에는 기독교계를 통하여 일어났다면 시간이 흐를 수록 그 밖의 다른 영역 (사상, 예술, 교육, 사회사업) 등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을 볼 때 <원형적 인간>이라는 평가를 받는 우찌무라 칸조의 예리함과 통찰력이 빛을 바랜다고 생각한다. 그는 십자가에 기댄 유아라고 고백하며 하나님 앞에서 스스로 작아지는 겸손을 유지한 사람이었다. 그는 성경을 오류가 없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었으며 일본인 손으로 만든 최고의 로마서 주석이라 불리는 책을 기록하기까지 시대에 발자취를 남겼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런 그가 등장할 수 있었던 점 역시 소수이지만 기독교가 국가와의 관계 속에서 다양한 사상이나 행동을 형성한 기독교인들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았는가를 생각해보았다.

기독교와 사회의 만남은 다각적이고 복음 역시도 상대적인 것으로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근대 일본의 문화 사상에 기독교가, 교회사가 남긴 영향은 결코 작지 않음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초기 선교사들이 개인적 회심의 강조, 성경에 대한 절대적인 신앙, 도덕적인 엄격, 전도 강조를 핵심적 가치를 가지고 충실히 복음을 전했다면 일본 사회와 문화에 내리잡은 선교에 대한 열심은 개인적 가치가 충실한 사회 속에 이타적인 삶을 살도록 하는 새로운 관점을 기독교가 제시했음을 이 책을 통해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일본의 기독교회는 일본의 정신을 조금씩 넘어서고 있음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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