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이 책으로 가마슈 경감을 처음 만났는데요. 보부아르 경위가 이성을 앞세워 냉철한 수사를 한다면 이 경감님은 거의 `비밀`에서 출발하는게 사건인만큼 감성적으로 접근하자는 주의입니다. 집에서 두다리피고 쉬면서도 어쩌면 자면서도, 머리를 굴러야하는게 형사들의 숙명처럼 느껴질 정도로 이 수사반 식구들은 무척이나 열심히 일을 합니다. 의도야 어떻든 말이죠..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수사반장은 살인용의자들과의 저녁 만찬을 여러번 갖습니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요. 그게 가마슈가 추구하는 방식이고 모두를 의심하되, 사실 모두에게 그럴만한 구실을 찾으려는 노력처럼 보여집니다. 그게 바로 가마슈가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이유이기도 하죠. 하지만 그런 가마슈를 질투하는 누군가도 필사적인 노력을 해요. 자신이 가지지 못한 부분만을 바라보는 그 가엾은 존재를 드러낼 수 없어 더 사악해진 괴물이 됩니다.. 마들렌을 죽인 그가 그랬듯이, 피터가 클라라에게 느꼈던 감정 또한 그렇듯 말이죠. 아무래도 장르소설에 기대하게 되는 숨막히는 추격전 따위는 없어요. 단지 섬세하고 은밀하고 농밀하고 짙은, 햇빛에 가려지는 어둠에 대해 집요하게 쫓습니다. 경감님이 포기를 모르는 사나이기 때문이겠죠. 저는 젊고 잘생기고 참..식탐도 많은 보부아르 또한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들이 얼싸안고 우는 장면은..압권이에요. 다른 시리즈를 읽지 않았는데도 이렇게나 훅 와닿는데 그거까지 다 보고나면 더욱 굉장하리란 생각에 벌써부터 들썩들썩하네요ㅋㅋ 모처럼 뿌듯함을 감출 수 없는, 기쁨에 벅차 자리에서 일어나 방안을 서성거리게 만드는 책을 만나서 기분 참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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