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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당나귀 곁에서 ㅣ 창비시선 382
김사인 지음 / 창비 / 2015년 1월
평점 :
'바짝 붙어서다'에서 시인의 눈이 가 닿는 지점에 나도 가 닿게 되었다.
첫 장의 '달팽이'이 에서도 내 시선은 시인을 좆아갈 수 있었다. 무얼까. 이 마음의 동요, 침잠, 울림,,, 시인의 촉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시인만의 감감과 감성과 여린 시선들이 닿는 세상을 바라보는 섬세한 시선을 말하는 것이리라.
시인의 세계에 빠져봄직하다. 가만히 좋아하게 하는 시인의 목소리가 좋다.
바짝 붙어서다
굽은 허리가
신문지를 모으고 상자를 접어 묶는다.
몸빼는 졸아든 팔순을 담기에 많이 헐겁다.
승용차가 골목 안으로 들어오자
바짝 벽에 붙어선다
유일한 혈육인 양 작은 밀차를 꼭 잡고.
고독한 바짝 붙어서기
더러운 시멘트 벽에 거미처럼
수조 바닥의 늙은 가오리처럼 회색 벽에
낮고 낮은 저 바짝 붙어서기
차가 지나고 나면
구겨졌던 종이같이 할머니는
천천히 다시 펴진다.
밀차의 바퀴 두개가
어린 염솣럼 발꿈치를 졸졸 따라간다.
늦은 밤 그방에 켜질 삼성 테레비를 생각하면
기운 씽크대와 냄비들
그 앞에 선 굽은 허리를 생각하면
목이 멘다
방 한구석 힘주어 꼭 짜놓았을 걸레를 생각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