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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게 뭐라고 - 시크한 독거 작가의 죽음 철학
사노 요코 지음, 이지수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11월
평점 :
전작 '사는게 뭐라고'를 읽은 후에 읽는게 그녀를 이해하는데 조금 더 도움이 된 듯하다.
그녀는 죽고 싶어 안달난 시한부인생을 사는 늙다리 노인이 아니라
조금 더 편안하고 눈물없이 죽기 위한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일 뿐이다.
그녀가 그랬듯이
내가 그녀를 죽기 이전에 알았다면 더 좋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일본에 가서 꼭 그녀를 찾아가서 그녀의 때마다 달라지는 요리를 맛보았을 것이다.
국가도 세대도 이렇게 다름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그녀의 자그마한 생각들에서 공통분모를 찾게 되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말년에 뒤늦은 한류열풍에 합류하여 욘사마에 의해(?) 턱이 돌아갈 정도로 한국드라마 DVD에 푹 빠져 살았다는 것은 그녀에게 욕정은 없지만 애정이 있는 것은 확실하다는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마음. 가슴에 오래도록 품을 수 있는 마음. 그런 정. 그런 따뜻함.
분명 나이로 보나 작가 소개 사진으로보나 할머니 임에도 불구하고 영원히 살 것처럼 작은 것에 웃고 우울해 하다가 눈물도 흘리는 그녀가 나는 왠지 너무 측은하고 또 아름다웠다.
우리 옆집 할머니 였다면 매일 말동무를 해주면서 대신 키보드로 그녀의 일상을 담아주었을 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녀가 거절 하겠지만 말이다.)
나는 이제 죽는게 겁이 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빨리 죽고 싶다는 것도 아니다.
사람은 반드시 죽는다. 어떤 병으로든 어떤 사고로든 어떤 식으로든 말이다.
그 죽을 때의 모양이 중요하다.
죽기싫어 바득바득 눈물 속에 통곡하다 죽느냐.
죽는 순간까지도 입꼬리를 올리고 죽느냐.
그것은 남은 생에 달려있다.
준비가 미숙하면 모든 것이 어설퍼지 듯.
죽음도 마찬가지이다. 어설프게 죽고 싶지 않으면 사는 날동안 늘 자신의 뒤를 돌아보고 준비하는게 좋다. 누군가 나를 위해 슬퍼해줄 사람을 위해서도, 또 나 자신을 위해서도.
그녀처럼.
삶의 끝에서 그녀를 만나면 나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겁이 나요"
그녀는 말하겠지
"죽는 게 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