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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통수가 따가웠는지 동네 개가 나를 돌아보기에 얼른 노을을 보는 척했다. 그 착해 보이는 눈으로 내가 별 볼 일 없는 놈이라는 걸 확인하고는 꼬리를 두어 번 휙휙 내젓더니 저도 고개를 바로하고 노을을 본다. 나는 슬며시 다시 동네 개를 본다. 그리고 상상한다. 저 보슬보슬 털이 난 두개골 안쪽으로 그 누구에게도 결코 드러나지 않을, 광활하게 펼쳐진 그의 세계를, 그의 세계는 지금 노을의 빛깔로 가득찼을 것이고, 여기 뒤에 서 있는 나의 존재는 그저 풍경을 채우는 작은 한 점이 되어 그의 노을에 물들어 있을 것이다.
 인간은 인간이라는 종이 세계의 전부라 생각하고 특히 자기 눈에 보이는 세계가 실제 세계의 보편적 기준일 것이라고 믿지만, 세계는 그렇게 보편과 특수로 나눌 수 있는 무엇이 아니다. 모든 보는 존재는 충분하고 완벽한 세계를 자기 내면으로 갖고 있고, 그 내면의 빛은 그 존재를 부족함 없이 사로잡는다.
 자기 안에 우주를 담고 있는 수많은 존재와 함께 노을을 바라보며 나는 세계에 대해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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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자기 삶을 흔드는 모멘텀이 있을 수 있습니다. 나를 변화시키고 성장시키는 힘은 다양한 데서 오는데 그게 한 권의 책일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이 수도 있고, 한 장의 그림일 수도 있고, 한 곡의 음악일 수도 있습니다. 또 이렇게 잊지 못할 장소일 수도 있고요. 그 책을 보았기 때문에, 그 사람을 알았기 때문에, 그 그림을 알았기 때문에, 그 음악을 들었기 때문에, 그 장소를 만났기 때문에, 새로운 것에 눈뜨게 되고 한 시기를 지나 새로운 삶으로 도약하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그런 모멘텀은 그냥 오지 않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습니다. 그것은 어쩌면 늘 깨어 있어야 한다는 말과도 같을 겁니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깨어 있고 바깥을 향해서도 열려 있어야 하는 것이죠. 그래야 책 한 권을 읽어도 가벼이 읽게 되지 않고 음악 한 곡을 들어도 흘려듣지 않게 될 겁니다. 누군가와의 만남도 스쳐지나가는 만남이 아니라 의미 있는 만남이 될 겁니다. 한순간 스쳐지나가는 바람이나 어제와 오늘의 다른 꽃망울에도 우리는 인생으 뒤흔드는 순간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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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첫 문장에서 멈춰 여러 번 같은 곳을 읽었다.

시간은 가고, 우리는 배회하고, 관계는 돌이키기 어려워져, 아쉬움과 안타까움만을 남긴 채 삶은 침묵을 향해 저물어간다. 삶이 비극인이유는 온전히 시간 때문이다. 타인의 의미를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을 무렵, 우리는 동시에 이별을 맞이해야만 한다.

타인에게 다가서는 건 낯설고 두려운 일이다. 언젠가부터 나는 그들에게 할 말이 없어졌고, 그들의 말도 내 밖을 떠돌았다. 사소한 고리로 이어지는 것마저 나는 버거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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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yuni 2019-09-30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편지에 써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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