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per sons were youngmen from China who bought identity papers and pretendedto be relatives of US citizens. So they were sons-but only on paper. "
인생에도 예습과 복습이 필요할까? 늙어가는 것에 관한 한 예습은 내키지 않고, 복습은 불가능하겠지만 부모의 뒷모습은 결국 어떤 식으로든 우리의 미래를 예고한다.요즘 ‘나이듦’‘돌봄’에 대한 저작이 쏟아지는 가운데 늙어가는 부모를 돌보면서 지극히 객관적인 시선으로 관찰한 <작별일기>는 드물게 용기있고, 귀중한 노년의 시뮬레이션을 제공한다.굉장한 용기와 뚜렷한 소신을 가진 저자는 저마다 나이와 형편이 달라도 피할 수 없는 논쟁적인 질문 앞에 우리를 세운다. ‘각자도생’하다가 ‘각자도사‘하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꼭 필요한 질문이다.
“꼭 옛 친구 소식을 듣는 기분이로구나. 이미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자꾸만 놀랄 일이 생기지.”“음식이란 익숙한 맛을 내면서도 동시에 예상치 못한 놀라움을 줄 수 있단다.”믿고 보는 ‘뉴베리상’의 2023년 수상작, <황금성>은 역시 기대를 배반하지 않는다. 오래된 친구처럼, 영혼을 어루만지는 집밥처럼 익숙하고도 새로운 맛이다.미국 미네소타에서 ‘황금성’ 이라는 중국 식당을 운영하는 할아버지의 병구완을 위해 고향으로 내려간 엄마를 따라 간 소녀 메이지. 100년 전 식당의 시작과 ‘라스트찬스’ 마을에서 벌어지는 수상한 일들을 추적하면서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러키’의 인생, 그리고 ‘황금성’을 스쳐간 이들과 마을 사람들의 새로운 모습을 알게 된다. 백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중국인의 미국 정착기, 그 과정에서 겪은 차별과 혐오는 오늘날에도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완전한 동어반복만은 아니다. 거듭 되살아나는 차별과 혐오를 무력화하는 것은 다정한 우정과 포용, 그리고 다양성이 가져온 더 나은 공동체다. 백년 전 미국에 상륙한 중국의 ‘종이 아들(paper son)’의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한국의 ‘사진 신부(picture bride)’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열린 마음과 진실한 용기를 지닌 메이지의 작은 모험은 국경과 세대의 단절을 잇는 ‘희망의 다리’가 된다. 메이지가 복구하는 희망은 이민자 뿐 아니라 동성 커플이나 미혼모 등 종종 쉽게 배척받는 그룹은 물론이고, 한 발 더 나아가 살면서 한 때의 다툼으로 절교한 친구나 오해하고 있었던 이웃까지도 끌어안는 힘을 발휘한다. 책의 매력은 이처럼 강력한 메시지 만큼이나 소소한 일상의 사건으로도 충분히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도록 만드는 구성과 단순한 듯 깊이 있는 인간 탐구, 그리고 현실적인 반전에 있다. 아동 청소년 대상의 문학작품을 대상으로 하지만 누구에게나 감동과 울림을 주는 ‘뉴베리 수상작’ 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