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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선물 - 제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개정판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6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열두 살 이후 나는 성장할 필요가 없었다.’
새의 선물 속 화자, 12살의 진희는 삶의 이면을 보았고 삶을 모두 알았기에 더 이상 성장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세상을 관찰자로서 바라보는 진희의 시선은 무서울 정도로 세세한 통찰의 결괏값이다. 새의 선물은 이러한 진희를 통하여 60, 70년대의 정서와 모습을 만나게 해준다.
그땐 그랬지, 어른들은 지금이라면 상상도 못 할 이야깃거리를 꺼내며 그때를 추억하기도, 몸서리치기도 한다. 과거라면 당연했던 이야기들이 지금은 당연하지 않은 것들이 되어있다. 내가 새의 선물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그때는 광진테라 아줌마의 이야기이다.
광진테라 아줌마는 양복점의 뒷방, 그곳에서 강제적으로 순결을 잃고 바람둥이에다 병역기피자, 아내에게 폭력을 일삼는 남편과 함께 산다. 고달픈 지금의 삶을 벗어나기 위해 아들 재성이를 두고 집을 나오지만, 끝내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그때 여자의 삶의 이야기이다. 보는 내내 왜 그러지.. 왜 그러지.. 생각하며 광진테라 아줌마를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진희의 뛰어난 통찰력은 그때의 여성을 이해하게 했다.
‘대부분의 어른들은 모험심이 부족하다. 진정한 자기의 삶이 무엇인지 알아내고 찾아보려 하기보다는 그냥 지금의 삶을 벗어날 수 없는 자기의 삶이라고 믿고 견디는 쪽을 택한다. 특히 여자의 경우 자기에게 주어진 삶을 그대로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배후에는 팔자소관이라는 체념관이 강하게 적용한다.’
이 이야기는 60, 70년대의 모습을 잘 보여주기도 했지만, 지금의 어른들의 모습과도 비슷하다.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는 사회.
새로움을 두려워하는 이 사회는 어른이 만들어왔다. 그때 당연했던 것을 당연하지 않도록 지금의 어른이 만들어왔다. 어른, 어른스러움이란 무엇인가
이 책을 가지고 독서토론을 한 친구들과 나는 어른과 성숙에 대해 이야기했다.
12살 진희는 성숙한가? 성숙이란 무엇일까? 진희의 성숙은 성숙의 일부분일 뿐 성숙이라고 말하기엔 부족한 것 같았다. 성숙이란 진희처럼 삶의 이면과 현실만을 보는 것이 아닌 그 속에서 이상을 꿈꾸고 아름다움을 찾으며 사는 사람이 성숙함과 가까우며 성숙의 자질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새로움을 두려워하는 이 사회는 어른이 만들어왔다. 그때 당연했던 것을 당연하지 않도록 지금의 어른이 만들어왔다. 이러한 어른스러움의 모순이 성숙과 맞물리는 이유인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성숙이 정확히 무엇인지 정의 내릴 수 없지만, 완전한 성숙은 없다는 것을 책과 토론을 통해 깨달았다. 진희는 지금 성숙해져 가는 중이며 나도 성숙해져 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