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박완서 지음 / 현대문학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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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약속이 지루한 일상에 활력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선거가 없다면 무슨 재미로 살까 싶을 만큼 선거는 오락적 측면이 강하다. 

내가 누구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대답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지가 더 중요했던 시기를 거치면서 잃어버린 내 정체성. 

가본 길보다는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다운 것처럼 내가 놓친 꿈에 비해 현실적으로 획득한 성공이 훨씬 초라해 보이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친절함이 우월감의 소산이라면 불친절은 열등감의 소산일지도 모르겠다. 

이른 봄 어떤 꽃보다 앞서 핀 목련꽃은 환상적이지만 질 때는 그렇게 누추할 수가 없다. 

늘 눈에 거슬리던 거라고 해서 없어진 후가 시원한 것만은 아니다. 

옷이건 그릇이건 도구건 거기 있다는 걸 내가 기억할 수 있을 만큼만 갖고 있고 싶지 그 이상은 불필요한 것으로 치부해버린다. 

독자가 책에 밑줄을 긋는 것은 그게 명문이기 때문이 아니라 읽을 당시에 마음에 와 닿기 때문일 것이다. 

젊은 날 단지 지적 허영심을 위해서 지루한 걸 참고 건성으로 읽은 그 책을 다시 사보고 싶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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