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무당과 춤추지 않는 무당 (양장)
아키바 다카시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00년 6월
평점 :
품절


1930-1940년대 전국을 돌아다니며 우리나라 무(巫)의 습속을 연구했던 일본학자 아키바 다카시의 논문을 묶어 출판한 책. 생각 외로 쉽고 재미있게 썼다는 점, 그리고 지금에는 찾기 힘든 자료들을 꼼꼼히 적어놓은 점 등을 높게 평가할 만 하고, 흥미로운 추측이나 시각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이 어디까지나 "흥미로운 추측이나 시각"일 뿐이라는 점을 읽는 사람들이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일전에 읽은 1970년대 민속 연구 논문에서도(미국인이 쓴 글이었다) 아키바 다카시의 이론을 그대로 적용한 것을 볼 수 있었고, 번역자가 우려섞인 목소리로 말했듯이 심지어는 아키바 다카시의 글에서 인용했다는 말도 없이 거의 표절에 가까운 논문을 쓴 민속학자가 있었다. 물론 그때부터 다시 2, 30년이 지나긴 했지만 아직도 그때의 족적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은 큰 문제 아닌가. 언제나 어디서나 그렇듯 적절한 이해와 성찰을 바탕으로 하여 그 연구내용을 인용/재고찰한다면 또 다른 얘기지만...

한편으로는 그가 점령자의&아직 근대화의 신화가 지금보다 강하던 시기의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한 관찰자였다는 점을 기억해야 하고, 그러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그가 일본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무작정 불신하거나 깎아내리지 않아야 하니 어렵기는 어려운 일이다.

아무튼 그런 점들을 잊지 않는다면 흥미롭게 볼 만한 책이다. 특히 관찰 내용 중에 재미있는 부분이 많다. 이제와서는 풍습이 많이 변해서 진위 여부를 가리기도 힘들고 따라서 학술자료로 쓸 때에는 신경쓸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재미만으로도 읽을 가치는 충분하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3-07-28 2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