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시피씨의 결혼 서문문고 178
프리드리히 뒤렌마트 지음 / 서문당 / 197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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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희곡을 좋아하지 않는다. 희곡이라는 장르 자체가 때로는 불가사의하게 여겨지기까지 할 정도였다. 묘사도 하나 없이 대사만으로 이어지는 상황과, 인물들간의 팽팽한 긴장감 - 종종 이해할 수 없는 - 과 재치,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나 한정되어 있는 무대. 대체 뭐가 재미있단 말인가? 이해할 수 없었다. 몇몇 예외를 제외하면 희곡이란 따분한 장르다. 그것이 내 믿음이었기에, 이 책을 추천받고 또 선물받아서 읽으면서도 마음은 내키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이렇게 통쾌하고 재치있을 수가! 빠른 사건 전개와 뒤통수를 후려치는 반전, 그리고 공감할 수밖에 없는 통렬한 비판은 그야말로 독서의 즐거움을 만끽케 했다. 특히 이 책 표제작인 '미시시피씨의 결혼'보다도 뒤에 있는 '로물루스 대제'를 읽으면서 몇 번이나 무릎을 쳤는지 모르겠다. 여기서 로물루스는 로마가 게르만인의 손에 함락되기 직전에 닭이나 치며 무심히 살고 있는 마지막 황제로 나오는데, 역사적인 배경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의 태도와 대사들이 중요하다.

감탄한 대사들 중 일부를 적어보고 싶지만,진정한 묘미는 앞뒤 정황을 함께 읽어야만 와닿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포기하겠다. 짧고 가벼워 지하철에서 읽기 좋다는 장점도 있으니 읽어보시길. (...이러니 꼭 책장사 같군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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