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의 힘
조셉 캠벨.빌 모이어스 대담, 이윤기 옮김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조셉 캠벨이라고 하면 미국의 유명한 비교신화학자이며, 신화를 단순히 신화 자체로서가 아니라 현대인의 생활과 문화의 맥락에서 해석하려 한 사람이다. 아무리 저술이 아니라 대담기록이라고는 해도 그의 저술에 별 셋밖에 주지 않다니 너무한 걸까? 아니, 그나마 나는 캠벨의 이름에 대한 경의로 원래 의도보다 별 하나를 더 매기고 말았다. 그만큼, 이 책에 대한 내 평가는 높지 않다. 그저 '볼만한 책' 의 수준 이상은 아니다.

사실 이 책에 대한 평가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조셉 캠벨이라는 사람은 - 왠지 학자라고 평하기에는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묘한 인물이지만 - 때로는 그를 접한 사람들에게 인생의 스승으로 추앙받고 그의 책을 성서처럼 받들게 하는 인물이다. 뭐 그정도는 아니라 해도 그에게 매료되어 있는 사람을 직접 본 것도 사실이다. 그만큼 그의 논조는, 학자라기보다는 마음 따스한 노스승처럼 다정하고 자비로운 이야기는 매력적이다...

문제는 그 매력이 나처럼 회의적인 사람에게는 먹혀들기는커녕 묘한 반감을 사버린다는 것일 게다. 인간이 더 나아질 가능성, 더 높아질 가능성에 대한 낙관을 이야기하는 학자라면 같은 노선이라도 엘리아데나 융 쪽이 훨씬 매력적이다. 왜냐고? 캠벨은 너무나 교조적인 때문이다. 그는 까마득한 과거부터 현재까지 온갖 지방을 종횡무진하며 해박한 신화지식을 활용하여 자신의 이론틀에 근거로 삼고 예시로 들어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 방식에서 문제는 어떤 '신화'라도 그의 입을 통해 인용이 되고 나면 더이상 본래의 신화가 아니게 된다는 점이다. 오죽하면 캠벨이 신화해석자가 아니라 재창조자라고 불렸을까.

그러나 세상 모든 것이 그렇듯 그 단점은 장점으로도 작용한다. 그가 인용하는 신화의 단편들은 그 본래 모습과 자리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때로는 깊이있는 관심을 유도하기도 하니까 말이다. 게다가 교조적이면 또 어떤가. 그게 평생이든 순간이든, 방황하던 사람들이 그의 이야기에서 길을 찾는다면 그것 또한 대단한 일 아니겠는가.

그러니 캠벨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도 신화에 관심이 있다면 역시 캠벨부터 시작하는 것도 좋겠다고,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게 되고 마는 것이다. 단, 이 책은 캠벨이 어떤 식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인가를 들여다보기에는 좋지만 그의 이론과는 조금 다르다는 점을 잊지 마시기를. 꼭 다른 책까지 읽어보고 판단하라고 말해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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