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군대의 장군
이스마일 카다레 지음, 유정희 옮김 / 문학세계사 / 1994년 10월
평점 :
품절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가 생각난다. 무심결에 지나쳐보던 일간지의 문학리뷰 코너였던가. 그야말로 격찬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글을 보고 마음에 담아두었던 것이, 서점에서 발견하고는 집어들어 계산대에 가져가는 결과를 낳았고, 그 구매는 이제까지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한 사람으로 이스마일 카다레를 거론하게끔 만들었다.

이스마일 카다레 - 요 몇년사이, 그의 프랑스어 저작들이 여러 권 번역 출간되면서 새삼 '거장'이라는 칭호가 익숙하게 따라다니게 된 것 같다. 그러나 그의 최근작들을 읽으면서, 그 빼어남에는 반복해서 감탄할지라도 처음 그를 접했을 때와 같은 전율은 느끼지 못하겠다.

그의 처녀작인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지구 어느 한구석에 자리한 지도 몰랐던 알바니아라는 나라에 이런 작가가 있다는 사실에 우선 전율해야 했다. 빼어난 (이런 진부한 칭찬밖에 동원하지 못하는 나 자신의 모자란 어휘력에 한탄을.) 문장력, 유장하게 흘러내리는 문맥, 무엇보다도 잔혹하고 황량하면서도 애정을 느낄 수밖에 없는 알바니아의, 어쩌면 더 나아가 세상 전체에 대한 조망... 주제넘지만 카다레의 다른 소설을 읽기 전에 이 책을 먼저 보기를 권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