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 (반양장) 사계절 1318 문고 63
이경자 지음 / 사계절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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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끝나고 나라가 분단되기로 결정나던 그 즈음인가 보다. 
설악산 언저리에 자리한 어느 동네에 일곱 살쯤 된 순이가 산다.
아마도 작가의 어린 시절 모습이리라. 

순이를 벗처럼 의지하고 사랑으로 챙기는 무지렁이 할머니.
성미가 급하고 화를 잘 내고 무책임하고 어린 마음을 가진 아버지.
돈 세상임을 직감하고 열심히 군복 수선으로 돈을 버는 억척 어머니.
순이를 골려먹거나 잘난 체하는 천주당 여시 영이.  

일곱 살 순이를 가운데에 두고,
순이 둘레의 사람들 이야기를 오밀조밀 꼼꼼하고 아련하게 그려 내는 책이다. 
어린 아이가 세상에 대해 느껴가던 낯설고 놀라운 깨달음들과 함께
씹던 껌을 벽에 붙여 가며 몇날 며칠 씹어대던 궁상스런 시절의 추억들, 
작가가 오래도록 건드려 왔던 여성 문제에 대한 불만스런 토로가 여기저기 묻어난다.  

요사이 읽은 책들과 사뭇 다르게, 짠한 마음에 행복한 미소를 짓게 한다.
'나이를 똥구녕으로 처먹어'서인지, '맘이 늙지를 않는' 순이 할머니가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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