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꽃 - 농부 전희식이 치매 어머니와 함께한 자연치유의 기록
전희식.김정임 지음 / 그물코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똥꽃 살다보면 문득 아, 하고 탄성을 지를 때가 있다. 어떤 장면이기도 하고 어떤 소리이기도 하며 어떤 느낌이기도 한 때. 이 저자가 맞이한 그 '때'는 하얗게 센 어머니의 체모를 보았을 때였다. 사람의 털이 저렇게 하얗게 셀 수도 있는 거구나. 이것이 시간이구나. 시간은 정직하다, 라는 말을 알고 있다. 그 말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을까 하고 문득 생각할 때가 있다. 쓸 데 없는 일을 하며 한참을 보내다가 문득 시계를 보았을 때, 내가 깨닫든 깨닫지 못하든 그 어떤 경고도 없이 정직하게 흘러가버린 시간의 자취를 보는 것에서 사람은 많은 것을 배우기 마련이다. 한 치의 미련도 보이지 않는 정직함. 저자는 아마 그것을 깨달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잊고 있었던, 어머니의 흘러가버린 시간의 자취. 이 책은 그런 현실에 절망하기 보다는, 그런 과거를 조금이라도 무의미하게 흘려보내지 않으려는 저자의 노력의 일대기이다. 무엇보다도 이 저자가 이 책 내내 강조하는 것은 '존중' 이다. 그것은 사람 자체에 대한 존중일 수도 있지만 이 사회에 있는 약자들에 대한 존중이라는 의미가 더 크다고 느껴진다. 그냥 알츠하이머에 걸린 사람도, 그냥 노인도 우리의 세상에서는 언제나 약자이다. 그들이 평범하고 젊었을 시절에는 그들도 이 세상의 강자였고 그들 나름의 특기와 장점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하물며 "치매 걸린 노인"이라는 단어에 대한 우리의 시선은 얼마나 부정적이고 잔인할 것인가.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짐, 혹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저자는 그를 우리의 시선이 아니라 그 자신의 시선에서 바라보고자 한다. 그들이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는 최후의 순간까지 그들 역시 누군가의 혹이나 짐이 아닌 하나의 인간이며, 그렇기 때문에 그들을 인간으로서 대해주는 것이 그들을 다루는 가장 올바른 행위이며 그들과 공존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 이라는 것이 저자가 알아낸 방법이다. 저자는 어머니가 스스로 얼마나 힘들다고 느낄지, 얼마나 답답하다고 느낄지, 얼마나 남에 대해 불신감을 느낄 지에 대해 이해하려고 애를 쓴다. 그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우리보다 나이를 먹고 다른 사람들에 비해 훨씬 몸과 정신이 불편하기 때문에 남들보다 훨씬 배타적이고 위축되기 쉽다는 것을 우리가 깨닫고 배려하는 것은 그들에게나 우리에게나 더 나은 방법임이 틀림없다는 것을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몸소 실천하고 가르쳐 주고 있다. 책 내용을 보자. 저자는 어머니를 무조건적으로 자신이 돌보아야 할 사람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그는 어머니에게 요구한다. 어머니, 몸이 안 좋으니 부황 좀 떠주세요. 어머니 수제비 좀 끓여주세요. 자신이 늙었고 병이 들었고 이제는 뒤에 서서 젊은 사람들을 바라보아야만 한다고 생각할 그런 사람에게, 당신은 의미가 있으며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이렇게나 많다고 깨닫게 해주는 것은 그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될 것인가 하고 생각해본다. 어른이든 어린아이든 아프지 않은 사람이든 마찬가지이다. 자신의 존재가 누군가에게, 혹은 어떤 것에 대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그것이 바로 존중이고 존재에 대한 존엄성이라는 것을 이 저자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저자가 개최한 '어머니의 건강과 존엄을 생각하는 기도잔치'는 그런 목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하나의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것이야 말로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이 책은 단순히 자식과 부모를 넘어서서, 사회적 강자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서로가 서로의 존엄성을 이해하고 더 나은 사람이 더 못한 사람을 보듬을 때 세상의 불행은 이 전보다 훨씬 줄어들고 살기 나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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