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기쁨과 슬픔 - 장류진 소설집
장류진 지음 / 창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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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끝을 접다'에 첫 번째 단편인 「잘 살겠습니다」가 소개되었는데 그 뉘앙스가 인터넷 고민글에서 으레 보이는 일상 속 막장극 같았다. 책끝을 접다의 판촉이 언제나 그렇듯 흥미진진한 지점에서 소개가 끊겨 갖게 된 호기심도 딱 그 정도였는데, 좋은 기회에 책을 선물 받게 되었다. 그렇게 읽게 되었다.


그런데 전문이 갖는 무게는 그게 아니었다. 사회 속에서 이익관계를 두고 재는 방식은 사회인으로서 생존방식이다. 그런데 그 생존방식에 도무지 올라타지 못하는 동기에게 우월감을 갖기도 하고 싫어하고 불편해하면서도 끝내 '잘 살아야 할 텐데' 호감으로 귀결되는 그 지점이 여운으로 다가왔다. 우리가 타인을 향한 막연한 호감을 잃지 않는 지점, 그 사소한 애틋함. 치열함 속에서 우리가 지키고자 하는 본심은 그것일지도 모르겠다.


인상 깊게 읽었던 에세이 『아무튼, 예능』에서, 교과서 속 문학에서 교훈처럼 나오는 '이웃에 무관심하고 정 없는 차가운 현대인'은 아마 학교에서 처음으로 배우는 자기혐오일 거라고 했다. 사람들은 스스로가 현대인이면서도 현대인이 되지 말아야 한다며 내 안의 현대인과 싸우게 된다. 어른들의 그런 우려를 학습하고 자란 네이티브 현대인 세대의 이야기를 장류진 작가가 작은 반짝임을 잃지 않은 채로 절묘하게 돌파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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