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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평점 :
처음 나의 용돈으로 참고서가 아닌, 교재가 아닌 문학작품. 책을 샀다. 무척이나 기대 했던 책을 사 놓고는 한달 넘게나 읽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바쁘다는 핑계... 아니면 선뜻 손이가지 못했던 이유가 뭘까.
책을 읽기 위해 표지 색깔과 맞춰 노-란 색연필을 하나 샀다. 그리고 책을 읽을 때 마음에 와닿는 구절이 있으면 칠하며 보겠다고 다짐했다.
사실 나에겐 아주 곤혹스런 버릇이 하나 있는데 바로 무엇을 쓰는 데 데한 두려움이다. 새 것을 사면 볼펜을 갖다 데기가 망설여진다. 내 흔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강박때문인데, 그럴때면 샤프로 우선 적은 뒤 나중에 고치겠다고 해 놓고선 결국 샤프 자국 고대로 남겨 놓는게 일상이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밑 줄 긋는 것 조차 시작이 너무 힘겨웠다. 처음엔 연하게... 약하게 시작했다. 그렇게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나는 너무 놀랐던 것 같다. 문장 하나하나에 들어간 비유들, 섬세한 표현들... 그리고 내 마음을 자극하는 문구들에 다 노란칠을 해야 할 것만 같아서... 밑 줄 긋는 내 손길에 점점 힘이 들어가서... 그 사실을 깨닫고 난 뒤 처음, 아- 이 책을 잘 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또래의 책 속 주인공이 스스로에게 묻는다. 지.금.뭘.하.고.있.는.거.야?
나는? 이라는 질문이 다시 돌아온다. 난 여태까지 살면서 무얼 했는가. 나 스스로가 부끄럽게 여겨지는 질문이었다. 스물. 지금 나의 나이는 청춘인가. 청춘? 뭐가 다른 것일까. 나는 사람들이 그토록 그리고 바라는 청춘이라는 시기를 살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난 뒤면 좀 더 열심을 가지지 못하는 나를 채찍질 할 수 있을까?
왜 웃음의 뿌리는 슬픔이기도 한 걸까.
명서. 미루. 윤. 단. 이 네 명의 청년들의 청춘을 바라보며 한 때는 부럽다고도 생각했다. 사실 무엇보다도 생각의 깊이가 남다르고 책을 좋아하는게 단순히 부러웠다. 참 어리석었다. 그들이 지녔던 상처도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고, 함께한 아픔도 죽음도 생각지 못했다. 왜 정말 행복할 수 없었을까. 서글프다.
어떤 이유로든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나의 성장기, 학창시절 동안 많은 글짓기 대회에 참여했다. 상을 탈 정도의 글재주가 있던 것도 아니고, 통통 튀는 나만의 개성이 묻어난 글을 쓰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익숙해질 만큼이나 가깝게 지내게 되었는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 되고나니 글쓰는 것에 대해 고민하던 그 시절들을 잃어버린것만 같다. 스무 살 여름방학. 내 꿈만 부풀어 가던 시기. 지금 이 책을 만나 다행이라고 생각된다.
오.늘.을.잊.지.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