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읽는 프로이트
데이비드 스태포드 클라크 지음, 최창호 옮김 / 푸른숲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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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한권으로 읽는 프로이트>(데이비드 스태포드 클라크, 푸른숲)

개론서에는 단점과 장점이 있다. 물론 단점은 그 거친 축약으로 인해 독자에게 왜곡된 지식을 줄 우려가 있다는 것, 그리고 독자가 원전을 등한시하게 함으로써 천박한 지식을 얻는 수준에 머물게 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반면에 장점은 그것이 초보자에게는 입문서로 동기부여를 한다는 점이고, 또 일정한 지식이 있는 독자에게는 요긴한 자기정리 및 확인의 구실을 해준다는 것이다. <한권으로 읽는 프로이트> 역시 이런 장단점을 골고루 지니고 있는 프로이트 개론서 중 하나이다.

주지하듯, 프로이트는 방대한 양의 저술을 남겼으며, 이미 그 영문 표준판(Standard Edition)은 20여권의 방대한 양으로 한글로도 번역되었다. 양이 이러하니, 프로이트를 배우고 싶은 입문자가 그를 일목요연하게 살펴보기란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현대는 프로이트를 읽기를 필요로 한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은 이미 한 세기를 풍미하였고, 새로운 세기에도 도저히 그 열기와 가치가 줄어들 것 같지 않은 사상이다. 여전히 우리 시대는 프로이트에 대한 지식을 필요로 하고, 그러니 어찌하랴, 개론서의 단점을 다 감안하고라도 그를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을 참으로 다행이라고 여겨야 할 판이니!

교육가, 의사, 광고인, 화가, 작가, 문화비평가, 영화인, 컴퓨터 그래픽 디자이너, 그리고 그 밖의 많은 사람들이 프로이트를 알 필요가 있고 또 알고싶어 한다. 이미 전문가의 궤도에 올라선 이들은 자신의 지식을 반추하는 의미로라도 이런 류의 책을 읽음직하다. 단, 초보자에게 조언하건대, 한번의 독서로 프로이트를 제대로 이해했다고 생각하지 말 것 -- 물론 프로이트가 그다지 녹록하지 않으니 그렇게 하기란 불가능하겠지만 말이다.

비록 제목은 '한권으로 읽는 프로이트'이지만, 이 책은 프로이트를 공부하는 중에는 자꾸만 돌이켜 읽어서 전문 용어의 개념부터 조금씩 소화해갈 필요가 있다. 그래도 그 용어가 낯설다면, 그건 정신분석학 내지는 프로이트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기 때문일 것이므로 책 말미에 붙은 작은 용어 해설을 참조하면 된다. 그리고 어쩌면, 곁에 두고 볼 그런 사람들을 위해 이런 개론서가 또 필요한 것일지 모른다. 그리고, 바로 이런 점이 개론서의 또 다른 미덕이지 아니한가.

이 책의 순서 역시 그러하거니와, 대개의 프로이트 요약본은 그의 전기를 따라 전개되기 쉽다. 그 이유는 프로이트의 사상의 영역이 워낙 넓어 연대기적인 기술이 요약에 용이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가 자신의 연구 결과를 시일이 흐르면서 수정하고 발전시켰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그렇다고 이 책이 토막토막 끊어져 있는 것은 아니며, 다 읽고나면 적어도 프로이트가 무엇인지에 대한 일관되고 전반적인 그림은 분명 그려질 수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 군데군데 비교적 길게 인용된 프로이트의 원전 부분도 곰씹으며 읽자.

'한권으로 읽는...'류의 책이 유행하는 까닭과 비판 그리고 위험성을 우리는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니 이제 개괄을 끝냈다면, 그리고 심층 학습을 원한다면, 이제 프로이트 원전을 사냥하러 나설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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