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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회의 626호 : 2025.02.20 - #신문 북 리뷰 섹션의 변화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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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의 위상이 예전과 비교했을 때 여전한지에 대한 물음보다 책의 위상이랄 게 있는지 반문해야 할 때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출판계(몇몇 출판사에 국한하겠지만)는 호황에 접어드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금세 책과 노벨문학상에 관한 관심이 시들어졌다. 국가적 기쁨보다 시름이 더욱 큰 탓일 수도 있다. 좋은 글과 저자가 있으면 책으로 출판하고픈 욕구가 들 테지만, 이것이 잘 팔릴 것인지 굳이 책으로 내야 하는지 고민이 깊어지는 까닭이다. 영상 콘텐츠가 지면을 대체하고, 책을 홍보하는 전방의 플랫폼이 SNS, 유튜브가 된 시점에서 ‘신문 북 리뷰 섹션’은 책을 출판하는 일보다 더욱더 힘든 길을 걷는 중이다.
<문화일보> 박동미 문화부 차장의 말처럼 “세상에 책과 저자는 많고 넘치지만, 독자는 (거의) 없다는 것을. (있다고는 하는데)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책동네를 취재하고 책을 읽고, 서평을 쓰기 시작하면 실감하게 되”(p.32)는 것이다. 서평 지면이 오프라인 물성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감에 따라 서평은 사무실에서 집안 책상으로 자리를 옮겼다. 전문 서평가의 영역에서 개인의 후기로 영역이 확장된 것이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브런치 등 공공의 장소가 그것이다. 이들은 일로써 서평 및 후기를 남기지 않는다. 자신이 책을 정말 좋아해서 하는 일이다. 그러나 신문 북 리뷰는 엄연히 직업으로써 서평을 다룬다. 당연히 일반인의 후기보다는 레거시 미디어에 실린 서평이 공신력을 얻겠지만, 접근성 측면에서 일반 독자에게는 약간의 턱이 존재한다.
신문의 문화면이 위상을 잃는 이유는 특유의 폐쇄적인 구조 때문일지도 모른다. 신문은 언제나 독자에게 열린 문이지만, 문화면을 소비하는 주체는 같은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나, 타 신문사에서 문화면을 채우는 기자들이다. 콘텐츠를 매개로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선순환이 일어나는 게 아니라, 생산자와 생산자 속에서 콘텐츠를 돌려 읽는 구조로 자리 잡은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일이다.
<이투데이> 송석주 기자 및 영화평론가는 말한다. “경제지는 부서를 ‘매출 부서’와 ‘비매출 부서’로 나눈다” “오랜만에 만난 한 선배가 근황을 물어 ‘곧 영화제 취재를 간다’고 말했더니 ”잘 놀러 다니네?“라는 답이 돌아왔다” 비매출 부서라도 독자에게 끼치는 영향력이 크다면 농담 반 진담 반의 이야기에 상처받는 일은 없을 것이다. 책과 영화를 다룬 서평 기사를 통해 흥행에 관여하던 시절은 오래전 일이다.
신문 지면을 통해 책을 사는 일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신문 북 리뷰 섹션을 통해 책을 찾아보고, 책과 관련한 행사를 진행하는 일도 적지 않다. 문화부 기자들의 분투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좋은 책을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독자 인구 증진을 위해 골머리를 앓는 이들을 치하하는 날이 오길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