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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의 즐거움에 관하여 - 거장의 재발견, 윌리엄 해즐릿 국내 첫 에세이집
윌리엄 해즐릿 지음, 공진호 옮김 / 아티초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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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해즐릿. 이름도 낯설고 그의 글도 낯설다. 보수주의자들의 조직적 은폐 속에서 그래도 이렇게 세상에 빛을 보게 된 건 ‘버지니아 울프’ 덕분. 고수는 고수를 알아보는 건가. 사장될 뻔한 그의 촌철살인 같은 글들이 아티초크 출판사에서 발간되었다. 글의 서문은 장강명 작가님이 쓰셨다. 장 작가님도 한 시니컬 하신 분일텐데 역시 고수는 다 고수를 알아보는 법인가보다. 처음 그의 글을 접했을 때 지금. MZ 세대들이 열광한다는 쇼펜하우어나 니체 류인가 했다. 하지만 내가 읽었을 때는 쇼펜하우어나 니체보다는 시니컬 정도가 약한 것 같다 ㅎㅎㅎ 모범생의 시니컬 느낌. 그래서 오히려 더 차분히 생각하며 읽게 되었다. 쇼펜하우어나 니체처럼 오~~어쩌구 저쩌구 하며 시니컬 할까봐 ㅎㅎㅎ
‘죽음의 공포에 관하여’라는 글 중 “ 죽음에 대한 지나친 두려움을 없앨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삶에 대한 적절한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는 말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통용되는 명언인 것 같다. 죽음에 대해 시니컬한 해즐릿이지만 누구보다 죽음의 아픔과 비통함을 견디며 아마도 스스로에게 했을 말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나의 죽음보다 가족의 죽음을 지켜보고 목격한다는 것은 엄청난 고통과 아픔이었을 터. 아들의 죽음을 지켜보며 그 역시 죽음에 대한 통찰을 하지 않았을까. 우리는 모두 자기 자신은 죽음과 거리가 먼 듯, 예외인듯 행동하지만 결국 삶과 죽음은 하나이고 삶에 적절한 가치를 부여하며 살아가는 것(웰빙)이 잘 죽는 것(웰다잉)이라는 또다른 표현인 것 같다. 1800년대 사람인데도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글이다. 또한 ‘질투에 관하여’라는 글에서도 남다른 재능을 가진 사람을 질투하지만 그 사람도 만족스러운 삶을 사는 것이 아니며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 가지고 있지 않은 것에 노력하며 살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는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우리는 천재들의 천재성을 부러워도 하고 시기, 질투도 하지만 그들은 그 분야에서만 천재일 뿐, 그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부분에 있어서는 그들도 고군분투하며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천재들이 오히려 이중고의 삶인 것 같다. 단 하나의 분야에 우뚝 서지만 나머지에 대해선 또 나름 노력해 살아가야 하니까. 그저 평범한 우리들의 삶이 어쩌면 더 나은 것인지도 모르니 굳이 질투하며 살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렇듯 해즐릿은 사람들이 혐오하는 한 단면만을 부각하지 않고 그 이면을 보는 작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책 제목도 ‘혐오의 즐거움’인지도!
해즐릿의 글을 읽으면서 지금 현재 ‘혐오’만으로 점철된 우리 사회 단면만 볼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가려진 무언가를 발견하고 찾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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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라 쓰고, 추억이라 읽는다
고은경 외 지음 / 새벽감성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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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처구니 없던 맷돌. 커피 원두를 맷돌로 갈기도 했고, 콩을 넣으면 보얗게 갈려나와 비지도 해먹고, 두부도 만들고.

피아노보다는 아무래도 덜 영롱했던 오르간. 주황색 공중전화는 늘 뒷사람이 신경쓰였지.

김치깔고 밥 위에 계란후라이 얹어 난로위에 얹으면 천국이 따로 없는 맛이지!

토큰 알아? 버스 타면 내야했던 엽전 같던 토큰! 턴테이블=전축이라고 했지. 빙글빙글 돌아가며 음악이 나오면 어찌나 신기했던지.

빨간 우체통의 기다림.

삐삐는 구경만 했지. 바로 이따만한 핸드폰이 출시되었거든.

반짝거리며 자태를 뽐내던 자개장 속으로 숨어들어 다른 세상이 나오길 바랬지.

아버지의 땀 서린 노란 월급봉투.

휴지가 없어 신문지로 닦던 시절.

요요의 신기함.

밤마다 소변보고 아침이면 버리는게 귀찮았던 요강.

다마고치는 구경만 했지.

머리에 이가 들끓을 땐 참빗이지!

운동장을 누비며 날아올랐던 오자미의 추억. 한때는 고무줄의 여왕이었는데.

주판의 원리를 이해못해 애먹었지.

석유풍로, 우린 곤로라고 불렀어. 석유가 타며 코끝으로 스며드는 그 이상야릿한 쾌감이 있던 석유풍로.

플로피디스크로 저장하던 시절.

마이마이는 획기적인 아이템이었지.

비디오 테이프로 좋은 영화 많이 빌려봤는데.

파란 비닐 우산, 나름 실용적이었어.

DDR 은 몸치라…ㅎㅎ

과 문예지 만들 때 쳤던 타자기. 틀리면 수정액으로 범벅이 되어 덕지덕지 되고 말았지. 아무리 몇 천만 화소의 사진이라도 필름카메라의 아날로그 감성은 따라오기 힘들지.'

책 덕분에 이렇게 많은 과거의 소품들과 한바탕 이야기를 나눠본다. 지금은 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모르고 살지만 그때, 그 추억, 그 소품은 과거에만 머물러 있지 않는다. 추억은 힘이 세다. 향유하는 힘이 있다. 그래서 레트로는 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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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삼관 매혈기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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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피를 사고파는게 금지되어 있지만 중국은 피를 사고파는게 가능했던 시대가 있었나봐요. 이 이야기는 가족을 위해 피를 사고 파는 한 남자의 인생 이야기입니다.

허삼관은 "피에서 나오는 힘"을 강조하며 집안에 돈이 필요하면 저렇게 유쾌하게 피를 뽑았답니다. 그러나 읽는 우리는 애잔하죠. 얼마나 곤궁한 삶이기에 자신의 피를 팔아서 생활해야 할까요. 매혈 할 수밖에 없는 시대적 상황과 삶의 애환이 그려집니다.
허삼관과 허옥란은 부부인데 일락, 이락, 삼락이를 낳죠. 여기서 일락이는 허옥란이 강간 당하여 낳은 아이입니다. 처음에 허삼관은 일락이를 키우긴 하지만 선뜻 마음이 안갔겠죠. 자기아들이 아니긴 해도 아이한테 상처되는 말을 너무 가감없이 직설적으로 내뱉는 듯한 말투였죠. 일락이는 무슨 죄인가요 ㅜ ㅜ 자기네는 국수 먹으러 가고 일락이는 고구마 먹으라고 하고..ㅠ 태어난 것은 본인 의지도 아닌데 천대받고 이리저리 방황하고 차별했을 때는 정말 서럽고 억울했을 것 같아요. 암튼 이 소설에서 일락이는 애잔함 그 자체예요. 하지만 나중엔 허삼관이 자신의 피를 팔아서라도 일락이를 지켜주었죠. 자기 아들로 인정했으니까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족과 인생의 이야기는 늘 후대에 교훈을 주고 삶의 지혜를 주는 것 같아요. 전대든 후대든 다 각자의 인생사이지만 결국 보편적인 큰 힘을 갖게 되는 것이 가족이야기와 인생이야기라고 생각하거든요. 처음엔 자기 자식이 아닌 것을 알고 차별도 하였지만 결국 자기 피를 팔아서라도 일락이를 지키려고 했던 허삼관의 부정은 감동적이었어요. 그리고 아무리 어려운 시대라도 허삼관처럼 인생을 사는게 낫다는 걸 보여주는 것일까요? 허옥란이 강간당하여 일락이를 낳았는데, 허삼관도 임뚱땡이를 범하거든요. 둘다 강간이고 둘다 범죄죠. 지금 시대에서는. 그런데 그 당시에 허삼관은 니도 한번 그랬고 나도 한번 그랬으니 그걸로 퉁치자 뭐 이런 마인드로 살아갑니다. 소설에서는 그 당시를 묘사하면서 그런 마음을 '평등'이라고까지 하면 너무 작위적인거 아닌가 싶지만, 작가는 그렇게 표현을 하고 있네요. 어쨌든 허삼관은 가정 내 풍파가 일어도 자기 피를 팔거나, 평등(전 '용서와 이해'라고 생각됩니다만!)을 내세우며 그렇게 안분지족의 삶을 살아갑니다.

이 책은 가족의 의미와 인생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네요. 지금처럼 우리나라가 가족간에도 각박하고 무정한 시대에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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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삼관 매혈기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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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피를 사고파는게 금지되어 있지만 중국은 피를 사고파는게 가능했던 시대가 있었나봐요. 이 이야기는 가족을 위해 피를 사고 파는 한 남자의 인생 이야기입니다.

허삼관은 "피에서 나오는 힘"을 강조하며 집안에 돈이 필요하면 저렇게 유쾌하게 피를 뽑았답니다. 그러나 읽는 우리는 애잔하죠. 얼마나 곤궁한 삶이기에 자신의 피를 팔아서 생활해야 할까요. 매혈 할 수밖에 없는 시대적 상황과 삶의 애환이 그려집니다.
허삼관과 허옥란은 부부인데 일락, 이락, 삼락이를 낳죠. 여기서 일락이는 허옥란이 강간 당하여 낳은 아이입니다. 처음에 허삼관은 일락이를 키우긴 하지만 선뜻 마음이 안갔겠죠. 자기아들이 아니긴 해도 아이한테 상처되는 말을 너무 가감없이 직설적으로 내뱉는 듯한 말투였죠. 일락이는 무슨 죄인가요 ㅜ ㅜ 자기네는 국수 먹으러 가고 일락이는 고구마 먹으라고 하고..ㅠ 태어난 것은 본인 의지도 아닌데 천대받고 이리저리 방황하고 차별했을 때는 정말 서럽고 억울했을 것 같아요. 암튼 이 소설에서 일락이는 애잔함 그 자체예요. 하지만 나중엔 허삼관이 자신의 피를 팔아서라도 일락이를 지켜주었죠. 자기 아들로 인정했으니까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족과 인생의 이야기는 늘 후대에 교훈을 주고 삶의 지혜를 주는 것 같아요. 전대든 후대든 다 각자의 인생사이지만 결국 보편적인 큰 힘을 갖게 되는 것이 가족이야기와 인생이야기라고 생각하거든요. 처음엔 자기 자식이 아닌 것을 알고 차별도 하였지만 결국 자기 피를 팔아서라도 일락이를 지키려고 했던 허삼관의 부정은 감동적이었어요. 그리고 아무리 어려운 시대라도 허삼관처럼 인생을 사는게 낫다는 걸 보여주는 것일까요? 허옥란이 강간당하여 일락이를 낳았는데, 허삼관도 임뚱땡이를 범하거든요. 둘다 강간이고 둘다 범죄죠. 지금 시대에서는. 그런데 그 당시에 허삼관은 니도 한번 그랬고 나도 한번 그랬으니 그걸로 퉁치자 뭐 이런 마인드로 살아갑니다. 소설에서는 그 당시를 묘사하면서 그런 마음을 '평등'이라고까지 하면 너무 작위적인거 아닌가 싶지만, 작가는 그렇게 표현을 하고 있네요. 어쨌든 허삼관은 가정 내 풍파가 일어도 자기 피를 팔거나, 평등(전 '용서와 이해'라고 생각됩니다만!)을 내세우며 그렇게 안분지족의 삶을 살아갑니다.

이 책은 가족의 의미와 인생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네요. 지금처럼 우리나라가 가족간에도 각박하고 무정한 시대에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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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삶
마르타 바탈랴 지음, 김정아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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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삶이란 녹록지 않다. 재능이 많아도, 재능이 없어도 삶이란 어렵다. 아, 재능이 없으면 사는게 더 쉬울라나. 우리나라에도 과거 허난설헌, 신사임당, 나혜석도 그렇고 다 가부장제의 희생양이다. 재능은 뛰어났지만 그 재능을 펼칠 사회가 남성중심의 사회, 가부장적 사회였고 그 속에서 그녀들의 삶은 희생되었고 재능도 다 펼쳐보지 못한 채 삶을 마감하고 만다. 그나마 신사임당은 어이없게도 자식 율곡을 잘 키워냈다고 추앙받는다. 정작 여자로서, 예술가로서의 신사임당은 없다.
이 책 <보이지 않는 삶>의 에우리지시도 그렇다. 재능이 많고 꿈도 많은 에우리지시지만 남편의 가부장적 틀 안에 갇혀 꿈을 펼치지도 못한 채 사그라드는 것 같았다. 하지만 에우리지시는 끝내 타자기로 글을 쓰는 삶을 버리지 않았다. 언젠가는 에우리지시의 보이지 않는 삶도 끝끝내 빛을 볼 날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한다. 에우리지시의 언니 기다는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멋진 여전사 같았다. 뜻하지 않은 임신을 했을 때 냉정한 부모는 수용하고 받아들이지 못했고 그 이후 기다의 삶은 인생의 모든 고초를 겪게 된다. 하지만 기다는 후회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떳떳이 개척해 나간다. 우유부단하고 어설픈 남편 따윈 안중에도 없이. 고요함 속에 내면의 풍파가 일어나는 에우리지시의 삶이나 세상의 모든 풍파 따위 온 몸으로 막으려는 기다, 두 자매의 삶이 끝이 보이지 않는 삶 같았지만, 삶에 대한 열정은 다른 듯 보이지만, 결국 같은 지점이다.
비단 브라질 여성의 삶의 비참함만이 아니다. 지금도 전 세계 재능있는 여자들은 가정의 안위, 남편이 쥐고 있는 세계 속에서 때론 격동적으로 때론 조용히 침잠해가고 사장되어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문제의식을 느끼게 해 준 작가의 소설에 환호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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