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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릭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07
레오 리오니 글 그림, 최순희 옮김 / 시공주니어 / 199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잡지 모델처럼 표지에 등장하고 있는 프레드릭은 꽃 들고 반쯤 감은 눈, 그러니까 반만 뜬 눈으로 앞을 응시하고 있는 들쥐다. 표지를 들추면 면지에는 자유분방하게 갈긴 듯한 그러나 어떻게 보면 사인 듯한 frederick 글자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책을 한 번 읽고 나면 뒷면의 면지에서 만나는 frederick은 확실이 프레드릭이 갈겨놓은 사인처럼 보인다^^).
헝겊을 잘라 붙인 기법을 콜라주라고 하던가?
프레드릭은 에즈라 잭 키츠이 피터 시리즈에서 보여주었던 콜라주 방식과 다르게 처음부터 끝까지 헝겊 붙이기로 일관한다. 아, 완전히는 아니다. 부분부분 색이 덧입혀지기도 하고 말풍선처럼 그려진 그림을 만나기도 하니까.
아무튼 프레드릭의 이야기가 <프레드릭>의 이야기다.
들쥐가 있었는데 그 중에 프레드릭이라는 들쥐가 있었다. 그런데 프레드릭은 다른 들쥐들이 일할 때 매번 딴 짓만 한다. 그러고는 일 안 하고 뭐하니, 하면 그럴 듯한 말로 대꾸한다. 프레드릭의 어록을 만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나도 일하고 있어. 난 춥고 어두운 겨울 날들을 위해 햇살을 모으는 중이야."
"색깔을 모으고 있어. 겨울엔 온통 잿빛이잖아."
"아니야. 난 지금 이야기를 모으고 있어. 기나긴 겨울엔 얘깃거리가 동이 나잖아."
한 두 번도 아니고 이쯤되면 친구들, 화낼 법도 한데 프레드릭이 이런 식으로 말할 때마다 아무도 나무라는 친구가 없다. 프레드릭의 표정이 진지해서일까. 이런 일련의 과정을 레오 리오니는 헝겊을 덧대어 붙임으로 입체감 있게 표현하고 있다. 특히, 프레드릭의 표정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는 눈의 표정이라든지 들쥐 친구들의 일하는 장면에서 곡식을 잡은 손이라든지 분명 보여지는 것은 평면임에도 덧대인 질감이 느껴져 상황을 보다 생동감 있게 만든다.
계절은 바뀌고 곧 겨울이 온다.
계절마다 일하여 모은 양식도 거의 바닥이 나고 지치기 시작한 들쥐 친구들이 프레드릭에게 너의 양식은 어떻게 되었냐고 묻기 시작할 때 바위 위에 올라선 프레드릭은 자신의 양식을 친구들 앞에 펼쳐보이기 시작한다.
햇살을 말하고 들판의 꽃들을 말하며 색깔을 상기시키는 프레드릭의 말을 들으며 눈감은 채로 프레드릭의 양식을 나눠가지는 들쥐 친구들의 표정은 가히 압권이다. 그저 나란히 눈감고 서서 저마다 생각에 젖어 있는 장면을 레오 리오니는 노오랗게 물든 바위로 저마다 색색깔로 떠오른 생각풍선으로 간단하게, 압축적으로, 충분히 효과적으로 표현해낸다.
"프레드릭, 넌 시인이야!"라고 기꺼이 박수를 보내주는 친구들 앞에서 얼굴 붉히며 "나도 알아."라고 대꾸하는 프레드릭의 마지막 모습은 정말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이다.
레오 리오니는 프레드릭 이야기를 구성하고 콜라주 기법을 택했을까, 아니면 정반대일까.
궁금해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