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들이 사는 나라
데이브 에거스 지음, 조동섭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3년전쯤인가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영화를 봐야할 일이 있었다.

전주국제영화제에 가는 것도, 거기서 영화를 보는 것도 처음이었기에, 기대도 컸고, 설레기도 하면서 좋은 영화를 고르기 위해 고심했다.

그리고 많은 영화들 중 내 마음을 가장 끌었던 영화는 `괴물들이 사는 나라`였다.

판타지도, 귀여운 것도 좋아하는 나였기에 무시무시하지만 귀여운 괴물들의 모습이 나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그 영화에서는 묘한 매력이 느껴졌다.

하지만 일찍 예매해야하는 것을 잘 몰라서 결국 그 영화는 놓치고 다른 영화를 보게 되었다.

차선책으로 보게 된 영화도 생각보다 정말 좋았고, 독립영화의 매력에 눈을 뜨게 해준 좋은 영화였지만, `괴물들이 사는 나라`를 보지못한 아쉬움은 마음 한켠에 남아있었다

그렇게 몇 년이 흐르고 우연히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내가 그렇게 보고 싶어 했던 영화의 제목과 같은 제목에 끌렸던 것이다. 그리고 혹시 그 영화의 이야기가 아닐까하는 조심스러운 기대와 함께 책을 펼쳤다.

아니나다를까 이 책은 그 영화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태어난 것이라고 하였다.

모리스 센닥의 그림책 `괴물들이 사는 나라`를 데이브 에거스와 스파이크 존스가 함께 각색하여 영화 `괴물들이 사는 나라`의 시나리오를 썼고, 그 시나라오를 바탕으로 데이브 에거스가 소설 `괴물들이 사는 나라`를 썼다는 것이다.

이런 우연과 인연에 기뻐하며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냥 재미있게 읽었다. 내가 첫째이다보니 주인공 맥스보다는 맥스의 누나의 입장을 생각하며 `어휴, 이 말썽꾸러기!!!`하며 읽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뒤로 가고 괴물들의 나라에서 괴물들의 왕이 되어 살아가는 맥스의 모습을 읽어가면서 점점 이 책이 어렵게 느껴졌다.

괴물들이 단순한 괴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분명 괴물들은 무엇인가를 상징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정확히 무엇인지를 파악하기가 힘들었다.

아직도 작가가 표현하고자 한 정답이 무엇인지는 잘 알지 못하겠지만, 굳이 꼭 정답을 찾아야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이나, 미술작품이나, 사람들은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애를 쓰고, 그 의도를 파악하면 `음, 그렇군. 난 알았어!`라며 만족해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정답에 구애받지 않고, 그냥 책을 즐기고, 미술작품을 있는 그대로 즐기며 나만의 느낌과 감동을 받으면 그걸로 족하다고 생각하는 편이었고, 오히려 그것이 진짜라고 생각하는 편이었는데, 어느새 나도 그렇게 나의 온 마음으로 스스로 즐기려고 하기 보다는 `정답`만을 찾으려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작가의 의도...그것은 중요하다. 작품을 통해 느껴지는 작가의 의도는 작가와 나의 의사소통이자 공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을 억지로 느끼려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통하면 그 나름대로 의미있고, 어긋나더라도 그것은 내가 느낀 것으로서의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닌가?

내가 느낀 괴물의 상징은 두 가지다.

하나는 맥스 자신의 모습, 그리고 다른 하나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

7명의 괴물은 각기 모두 다르다. 그것들은 맥스가 좋아하거나 좋아하지 않는 자신의 여러 모습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괴물들의 여러 모습을 보면서 맥스가 깨달아가는 것, 그것이 맥스가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이해하며 자아정체성을 형성해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괴물들은 맥스 주변의 다른 사람들의 모습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괴물들의 왕이 되어 그들을 다스리고, 그들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파악하고, 그들을 이해하는 모든 것들이 작가는 내가 생각한 이 두 가지 중 하나의 생각을 했을 수도, 둘 다 했을 수도, 아니면 전혀 다른 의도였을지도 모르지만, 이제 그것은 내게 그리 중요하지 않다.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한 모든 것, 이해하고 깨달은 모든 것, 그리고 조금은 더 성장했을 내가 나에겐 더 중요하고 가치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결론을 내리면서도 작가의 의도가 궁금한 것은 궁금한 것이라, 혹시 원작 그림책을 읽으면 그 의문이 풀릴까싶어 그림책도 읽어보게 되었다.

그림책에서는 그 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림책의 주인공은 오직 맥스뿐이었고, 그림책 속의 괴물들은 하나하나 개성을 가진 존재가

아닌 단지 괴물들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림책에서는 그림책 나름대로의 느낌과 감동이 있었다. 그리고 내가 머릿속으로 어렴풋이 그려온 괴물들의 원래(?) 모습을 볼 수 있어 반갑기도 했다.

언젠가 영화도 볼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

왠지 영화는 나의 궁금증을 해결해 줄 것 같은 작은 기대와 함께, 영화로 그려진 맥스와

귀엽고 무시무시한 괴물들의 새롭고도 반가운 모습을 보고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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