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읽고 싶은 책 한 권을 골라 카페로 향했다. 조금 늦은 오전, 커피가 가장 맛있는 시간이었다. 『나를 지은 아홉 개의 집』은 젊은 건축가 이규빈이 쓴 에세이다. 나와 비슷한 또래, 마흔 언저리의 건축가가 자신을 만들어 온 공간들에 대해 쓴 이야기. 가볍게 읽히는 책이지만 가볍다고 말하기엔 그 안에 담긴 감정과 기억의 결은 꽤 깊다. 건축가의 눈으로 바라본 집들은 도면보다 사람의 얼굴에 더 가까웠다. 그 시절의 감성과 공기의 냄새, 살았던 사람의 체온이 남아 있는 공간들. 이 책을 읽는 동안 집은 ‘사는 곳’이 아니라 ‘나를 지나온 시간’처럼 느껴졌다. 아이를 등원시키고 혼자 마시는 커피 한 잔 옆에 두기 좋은 책. 바쁘게 읽지 않아도 되고 중간에 덮어도 괜찮은 이야기라서 오히려 마음이 편해진다. 큰 울림보다는 조용히 곁에 앉아주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