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애, 타오르다
우사미 린 지음, 이소담 옮김 / 창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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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을 정독하기 전 처음 제목을 보고 받았던 인상은 엉뚱하면서도 밝고 쾌활한 여고생의 이야기였다.
비록 사고를 친 최애때문에 가슴앓이를 하지만 갖은 노력으로 재기에 성공하는 최애와 마찬가지로 현재의 삶에 충실하는 팬. 이런 긍정적인 상호작용이 오가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 일거라고 막연한 추측을 했었다. 비록 생각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분위기와 전개로 흘러갔지만, 그게 호로 작용한 것 같다. 분량이 길지 않은 책이라 스토리를 스포일하고 싶진 않아서 받은 느낌 정도만 서술해보자면, 일본틱한 책인 것 같았다. 특유의 습하고 무거운 느낌과 그로부터 비롯되는 강한 흡인력이 매력적인. 사소하게 지나갈 수 있을 법한 소재를 다층적으로 다루는 스타일이 그 이유이다.

지나쳐버린 삶의 순간순간을 조명해보면 아카리와 최애같이 수평적이지 못하고 기울어져버린 unrequitted한 관계들이 있어왔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그때 당시의 나는 왜 그랬던 건지, 어떻게 행동했었는지, 어떻게 극복하였는지 혹은 극복하지 못하고 마음에 묻어두었던지를 가만히 생각하게 되었다. 자기 자신을 잃어가면서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에는 고통도 있지만 그 안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화(카타르시스)의 느낌도 분명히 존재한다. 21살의 우사미 린은 이런 복잡미묘한 감정을 섬세한 묘사로 잘 풀어내준 것 같다. 습하고 무더운 날씨에 잘 어울리는 여름 소설이라고 생각된다. 기울어진 관계속에서 고통과 행복을 맛본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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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나무들
헤르만 헤세 지음, 안인희 옮김 / 창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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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의 놀라운 점은 수록된 열여덟 편의 시와 스물 한 편의 산문(그 중 헤세가 아닌 제 지은 시가 아닌 것도 있지만)이 모두 나무라는 하나의 소재에서 나왔으며 어느 정도 비슷한 색감의 감정을 공유하고 있으나 그럼에도 제각기 조금 씩 다른 빛을 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헤세의 시는 은은하지만 강렬한 감정을 품고 있다.

그 감정은 잎 빨간 너도밤나무, 밤나무숲의 5월과 같은 에세이에서도 느껴지지만, 조금 더 절제되고 파편화된 단어들 속에서 그의 그리움과 사랑을 더 가시화된다.


그 중 제일 큰 울림이 왔던 것은 내 마음 너희에게 인사하네와 슈바르츠발트였다.


내 마음 너희에게 인사하네는 소년시절과 여전하게 강인한 형상을 한 나무와 그가 상기시켜주는 소년 시절의 추억을 이야기 해준 시로 특히 마지막 연의 두 행이 공감갔다. 첫사랑, 혹은 첫번째로 느낀 강렬한 감정은 확실히 첫번째로 경험해본 것이라는 점에서 그 후에 비슷한 인상을 주는 사건이 일어나도 그때만큼의 울림과 색채를 보여주지 못한다. 이미 첫번째 시행착오를 통해 고통과 행복 모두를 느껴보았기 때문이고 그 두 감정은 시간이 지날 수록 어느정도 익숙해져버리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날 수록 우리는 무뎌지고 한번 무뎌진 정신은 날붙이에 비해 다시 벼리기 힘들다. 그 후부터는 정말 헤세의 말처럼 아픈 메아리일 뿐이다. 


슈바르츠발트는 그가 유년시절을 보냈던 슈바르츠발트(검은 숲)에 대해 쓴 시로 앞의 시와 마찬가지로 마지막 연이 제일 마음에 들었는데, 정말 소년시절의 헤세가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이었을지, 어떤 감성으로 삶을 바라보면 이런 문장들을 쓸 수 있을지 감탄하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현재에 몰두하기 급급해 유년 시절의 기억을 조금씩 잃어가고 있던 나에게 이 책은 그리움의 미학을 통해 그러지 말 것을 간곡하게 말해주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삶의 무게에 조금씩 압도당하는 현대인들에게 모두 읽어볼 것을 권유하고 싶다. 연결된 소설이 아니라 흐름이 끊길 위험도 없고, 두께도 얇다는 점에서 진입장벽은 상당히 낮다. 곳곳에 수록되어있는 정밀화들과 따뜻한 책의 색감은 말라버린 우리의 마음을 자극시키기에 충분한 것 같다.


마지막으로 평상 시 책을 읽을 때 음악감상은 지양하는 편이지만, 이 책만큼은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b단조와 함께 읽어보는 게 어떤 가 추천하고 싶다. 비창의 섬세한 감성과 헤세의 글은 조금 낯설지만 이질적이지 않게 잘 어우러지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 시절 이후 내가 노래한 것은
그렇게 달콤하고 그다지 독특하지 못했어,
그건 모두 첫사랑의 울림과 빛을
아프게 따라 한 메아리였을 뿐이네 - P13

그 시절 소년이던 내 눈엔
먼 곳이 더 고귀하게, 더 폭신하게,
전나무숲을 화관처럼 두른 먼 산들이
더 행복하게 풍성하게 빛났으니까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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