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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윤여사
최은정 지음 / 자상한시간 / 2022년 3월
평점 :
이 책에서는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알츠하이머병에 대해 가정에서 할 수있는 걱정, 고민을 들여다 볼 수 있다. 마지막을 준비해야 하는 두려움과 슬픔. 고민이 고스라니 느껴졌다.
이 "반짝반짝 윤여사"를 읽기 전 알츠하이머를 앓는 발레리나에게 백조의 호수를 들려주었더니 기억나지 않는 듯 싶다가 백조의 동작을 취하는 영상을 봤다. 이 영상을 보고 [1부에서 잊어버린다고 잃어버리는 건 아니란다]를 읽으니 이해가 되었다. 젊은 날 바쳤던 열정과 마음은 세월에 쇠약해진 육체에도 가슴 속 깊은 곳에 마지막까지 잊지 않고 남아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웹툰과 웹툰에 관한 이야기로 페이지가 채워져있다. 웹툰에서 약간 부족한 이야기는 글에서 채워졌다. 동화같은 느낌으로 책을 읽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한 장 두 장 넘기며 가슴 속으로 무엇인가 채워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알츠하이머(치매)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쉽게 접근 할 수 있도록 경험을 적어두었기 때문에 누구나 쉽고 가볍게 읽기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움직이고 싶지 않아,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아, 가고 싶지 않아.
'아, 일하러 가는구나. 최은정, 너 지금 일하러 가는 거야.'
어머님을 뵈러 가는 길이 어느새 일하러 가는 길이 되어버렸다는 것을 알았다.
마음이 울렁거리기 시작하자 눈으로 열기가 몰렸다.]
[꼬리뼈 윗부분에 굳은살이 배겨 엉덩이를 덮는 기장의 조끼라면 조금 덜 불편하시겠다 싶은 마음에 일부러 조금 큰 걸 산 것이었다. 조끼의 색이 좀 어두우니 안에 입을 티셔츠는 밝은 색으로 골랐다.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천천히 오늘 하루를 되돌아보았다.
'아, 이른 가을에 사다 드린 색 고운 스웨터, 어머님께서 참 좋아하셨는데. 나는 오늘 어머님 옷을 고른 것이 아니구나. 나는 오늘 환자인 어머님의 옷만 골랐구나.']
[일주일에 한 번씩 시댁으로 향하는 딸을 보는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 기특하면서도 안타까울 것이다.
자신처럼 늙어가는 딸이 못내 서글프신가 보다.
엄마를 바라보다 하늘로 고개를 드시던 외할머니의 마음은 어땠을까?]
모든 페이지의 글이 하나 하나가 감동이였다. 하지만 그 중 이 글이 있는 에피소드가 더 인상깊었다. 작가님의 감정에 동요되었다.
할머니께서 치매를 앓고 사고로 걷질 못하셨다. 어릴 적부터 대학을 나오기까지 할머니를 보살피는 어머니를 옆에서 지켜보았다. 부모님 모두 일로 집을 비우는 시간엔 언니와 함께 어머니 대신 했던 기억이 있다. 비슷한 상황을 겪고 책을 읽으니 할머니가 많이 생각났다. 함께 해 좋았던 기억이 있을텐데, 왜 못해드렸던 것만 생각나는지…
앞서 "상상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에 난 옆에서 지켜보았고 겪어 보았다. 그런데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도, 생각하는 것도, 보는 것도 다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다르지만 사랑을 느끼는 것은 똑같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