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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작아졌다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최서연 옮김 / 베가북스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브뤼크네르가 그린 몽당연필 같은 이 시대 아버지들의 초상
사랑이 식어버린 아내…
위협적인 자식들
소외와 반감 속에서 살아가는
한 가장의 모습 그린 잔혹우화
166㎝의 남자 레옹은 180㎝의 육감적인 여인 솔라스와 결혼했다.
그들이 사랑하는데 14㎝정도의 키 차이는 숫자일 뿐, 방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첫 아이가 태어난 후 레옹은 조금씩 키가 줄어 들게 된다.
이 때부터 이들 부부의 애정전선에 미세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프랑스 작가 파스칼 브뤼크네르의 소설 ‘남편이 작아졌다’는 조금씩 키가 작아지는 레옹을 대하는 가족들의 태도를 통해 이 시대 아버지들의 위축되는 초상을 그린 잔혹우화이다.
결혼 당시에도 아내의 어깨에 간신히 닿았던 레옹은 자식 하나씩 낳을때마다 몸이 39㎝씩 줄어든다.
두번째 아이와 세번째 쌍둥이를 출산하게 되면서 총 156㎝가 줄어 몸이 10㎝까지 작아졌다.
처음 병을 접했을때만 해도 솔라스는 변함없는 사랑을 표현하지만, 레옹이 몽당연필만한 소인으로 변해가자 점차 사랑이 식어 버린다.
“레옹은 처음에는 한 여인의 남편으로 시작했다가 그녀의 아들이 되어버렸고, 다음에는 아이들의 장난감이 되더니, 이제는 아예 온 가족이 제거하지 못해 안달인 벌레로 전락하고 말았다(152쪽)”
사랑스럽던 자식들이 작아진 레옹을 못살게 굴고 위협하는 과정이나 가족 내에서 조차 자리잡지 못하고 떠도는 아버지, 그리고 그런 레옹이 아버지로서 존재감을 인정받고자 하는 몸부림 치는 처절한 모습들이 이시대의 아버지들과 많이 흡사해 씁쓸하다.
사랑과 편견, 정절과 배신, 의무와 자유에 관한 날카롭고 풍자적인 고찰이 책 곳곳에 서려있다.
물론 비현실적인 설정을 담은 재미있는 소재의 소설일 뿐이지만 너무나 익숙한 이야기에 소름 끼친다.
“그는 벤치에 털썩 주저앉아서 두 손으로 머리를 쥐고는 어린애처럼 울기 시작했다.
(중략) 그가 흘리는 눈물은 기쁨의 눈물인 동시에 비탄의 눈물이었다.
아울러 인생의 어느 한 시기에 고하는 작별이자 새로운 삶에 건네는 인사였다(19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