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4 : 풍자 편 - 사기술 외, 최신 원전 완역본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4
에드거 앨런 포우 지음, 바른번역 옮김, 김성곤 감수 / 코너스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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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4권까지 왔다. 사실 한권만 읽어도 꽤 많은 단편을 읽을 수 있는데 벌써 4권째라니. 한 작가의 단편을 이렇게 많이 읽은 것도 처음인 것 같다. 풍자편은 무려 21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많은 단편이 수록된 만큼 길이도 다양하고 내용도 다양하다. 오죽하면 세장짜리 단편도 있다. 참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재주가 뛰어난 작가인 것 같다. 풍자편은 에드거 앨런 포 작가의 또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책이었다. '검은 고양이'나 '어셔가의 몰락'으로 대변되는 이미지와는 다른 새로운 느낌의 소설이었다. 사실 개인적으로 앞선 '환상편'보다는 오히려 '풍자편'이 훨씬 재미있었다. 원래 풍자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 별 기대없이 읽었는데 생각보다 유머러스해서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덕분에 풍자에 대한 편견을 조금은 벗은 듯하다.


 풍자편에서 인상깊었던 이야기는 꽤 여럿이지만 그래도 꼽아보자면 '비즈니스 맨'과 '안경'이다. '비즈니스맨'이전에 '사기술'도 사기를 하나의 기술로 보고 분석하고 인정하는 모습이 새롭고 재밌었는데, 바로 이어서 읽은 '비즈니스맨'에서 사기를 마치 비즈니스로 보는 시선이 황당하면서도 웃겼다. 일련의 장난같은 사기들을 자랑인 양 열거하는 꼴이며, 그러한 행동을 '비즈니스'라고 포장하는 생각 자체가 웃겼다. '안경'에서는 시력이 안좋은 남자가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되어 고단한 노력 끝에 쟁취하게 되는데 사실은 고조할머니였다는 황당한 반전으로 끝이난다. 이 이야기가 인상깊었던 이유는 소설 마지막에 주인공이 '다시는 안경없이는 사람을 만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부분 때문이었다. 그렇게 재밌었던 하나의 스토리가 결국은 불신으로 끝나버리는 것이 안타깝기도 했고 어쩐지 허무하기도 했는데 그 허무함에서 오는 실소가 컸다. 이런걸 '웃프다'고 하는건지도 모르겠다.

 사실 풍자편이라고 묶어 놓았지만 모든 이야기가 다 풍자로 통하는지는 모르겠다. 이해도 부족인지는 몰라도 사실 읽으면서도 무엇을 풍자하는지 잘 몰랐다. 굳이 이 이야기들이 '풍자'소설이라고 틀에 가두고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저 이야기 자체로도 재미있었고, 거기에서 풍자를 느낄수도 있고 느끼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은 읽는 사람의 몫인 것 같다. 그리고 풍자라곤 했지만 어떤 이야기는 웃기고, 어떤 이야기는 진지하고, 또 어떤 것은 미스터리했으며, 음울했다. 그러니 그냥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있는 편이라고 생각하고 읽는 편이 좋을 것 같다. 특히 나같이 '풍자'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기대 이상의 이야기를 여럿 건질 수 있었던 편이었다. 다음에 읽을 '모험편'은 또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이번에도 기대 이상의 이야기를 볼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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