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등급 꼴찌, 1년 만에 통역사 된 비법
장동완 지음 / 리더스북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중학교 2학년 때였다. 돈을 모아 클래식 기타를 샀다. 포크 기타는 흔한 것 같아서 뭔가 있어 보이는 클래식 기타를 배우자고 마음먹었다. 기타를 배울 때 제일 실력이 느는 순간은 차곡차곡 운지법을 훈련하는 때가 아니다. 여자 친구 앞에서 들려주고 싶은 곡 하나를 토가 나올 때까지 반복해서 연습하는 때다. 몇 달간 죽도록 연습해서 <흑인 오르페> 같은 걸 하나 마스터하고 나면 엄청난 쾌감을 만나게 된다. 내 손으로 퉁기는 플라스틱 선에서 나오는 음률이 라디오나 시디에서 나오는 음과 비슷하게 들릴 때의 그 전율.

 

저자도 같은 경험을 이야기한다. 저자의 경우엔 피아노로 연주하는 <캐논 변주곡>이었다고 한다. 피아노를 마스터하겠다는 목표가 아니라, 그저 <캐논 변주곡>을 완벽하게 치고 싶다는, 어쩌면 유치한 욕망이 저자에게 피아노 실력을 다지게 해준다. 저자는 언어를 배운다는 것 역시 이런 것이 아니겠느냐면서, 학교 꼴찌였던 자신이 만수르 회사에 입사하게 된 이야기, 영어를 배우려고 간 뉴질랜드에서 영어를 포기하게 된 이야기, 그리고 거기서 한 선교사를 만나 언어 공부의 요령을 배우게 된 이야기, 그 요령을 정리한 100LS라는 방법에 대해 들려준다.

 

사실 이 방법이란 게 아주 새롭거나 이제까지 없었던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다른 수많은 방법들을 집대성한 책들이 오히려 우리의 의욕을 깎아먹고 주눅들게만 하는 반면, 저자는 자기가 이런 요령을 터득하게 된 과정과 수많은 실패와 성공담을 섞어서 이야기하기 때문에 책을 읽어나갈수록 저절로 영어를 공부하고 싶다는 의욕이 솟는 효과가 있다. 게다가 저자가 말했듯이, 이 방법이란 게 아주아주 단순하면서도 영어 뇌를 만드는 기초가 되기 때문에, 이런저런 방법만 찾아다니면서 정작 공부는 안 하는 나 같은 '부지런한 게으름뱅이'들에게는 아주 딱 맞는 가르침들이다.

 

정말 요체는 그거다. 저자는 자기가 공부도 못하고, 학교도 중퇴했으며, 머리도 보통인 사람이라고 거듭 말하지만, 그 행동력 하나만큼은 남다른 데가 있는 사람이다. 글에도 열정이 넘쳐나고, 그간 저자가 저질러왔던 기행에 가까운 일들을 보면, '아, 이래서 그게 가능했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저자는, 공부에는 꼴찌였을지 몰라도 삶을 사는 데에는 결코 꼴찌였던 적이 없는 사람이다. 어쩌면 이 책에서 얻은 가장 큰 열매는 영어 공부법이 아니라 바로 이 점일지도 모른다.

 

책에는 중국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의 이야기도 나온다. 마윈 역시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지만 영어를 배우기 위해 9년간 매일 호텔에 나가 외국인에게 관광 안내를 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우연히 야후의 창업자 제리 양의 관광 안내를 맡게 되고, 그때 마윈에게서 강한 인상을 받은 제리 양이 손정의 회장에게 소개해줘서 손 회장 앞에서 6분간 브리핑 후 200억 원의 거금을 투자받는다. 그 후의 이야기는 모두 아는 바와 같다.

 

이 책 저자의 스토리 역시 마윈이나 다른 수많은 창업가, 모험가들의 이야기와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다. 저자는 꼭 언어가 아니라 다른 어떤 장애라 할지라도 씩씩하게 헤쳐나갔을 것이다. 머리 굴리지 않고 몸으로 부딪히고 사람에게 배우는 이런 육체파들의 성공은 어쩌면 필연에 가깝다. 마윈 역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우수한 젊은이들이 밤에는 천 가지 길을 상상하다가도 아침에 일어나면 아무 생각 없이 원래 가던 길로 되돌아가는 것을 많이 보았습니다. 행동을 통해 자신의 꿈에 실천의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영원히 기회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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