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라이더가 간다 - 21개국 3,4000km 232일간의 논스톱 모터사이클 세계 횡단
김영빈 지음 / 샘터사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저는 제 나이 또래 누구보다 많은 실패를 겪어 왔고 앞으로도 누구보다 많은 실패를 겪을 것입니다."

나를 사로잡은 그의 한 마디였다.
다른 책의 내용을 보지도 않았다. 
서점에서 정확히 겉표지 한 장을 넘겼고, 거기에 이 말이 쓰여 있었다.
그 자리에서 계산을 했다. 
올해 스물 일곱이 된, 21개국 34000km를 232일간 논스톱으로 달린, 겨우 250cc의 오토바이 하나만 믿고 세계를 횡단한 대한민국의 한 청년들. 
그냥 달리기만 한 것이 아니라 독도를 세계에 알려야겠다는 확고한 목표를 가졌던 대학생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나의 발전을 위해서 달렸던 젊은이들.
이건 젊음이 아니면 불가능한 이야기다, 라고 생각했다. 

사람이라면 언제나 의욕 넘치는 날을 살 수 없음은 당연하다. 매순간마다 우리의 기분은 수시로 바뀌고 바뀐다. 다만 우리가 그것을 겉으로 표현하지 않을뿐이다. 아마 우리 머릿속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영상장치가 발명된다면 끔찍할 것이다. 정처없고 정신없는, 부유하는 생각들이 너무 많고 변화무쌍하기 때문이다. 문득, 미셸 공드리의 '이터널 선샤인' 이라는 영화가 떠오른다. 

너무 돌아갔는데, 우리는 항상 고양된 채로 살 수 없기 때문에 적절한 시기마다 우리를 자극시켜줄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 무언가는 농구나 축구나 조깅같은 스포츠일 수도 있고, 맛있는 음식일 수도 있다. 그것은 여행일 수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시간일 수도 있다. 그리고 한 권의 책일 수도 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책이다. 불안하고, 우울하고, 용기가 부족한 날에 나의 자세를 고쳐줄 수 있는 자극제. 젊은 사람들에겐 비슷한 연배의 누군가는 이렇게 치열하게 살고 있다는 사실이 자극이 될테고, 조금 나이가 있는 사람들에겐 자기보다 어린 친구가 이렇게 깊고 멋지고 활동적으로 살고 있다는 사실이 자극이 될 것이다. 

길 위의 젊음들.
그들에겐 하루하루 모든 것이 경이였고, 기적이었다. 우주는 젊음의 진심에게 고되지만 아름다운 길을 열어주었다. 사실 길은 원래부터 거기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들의 진심이 그 길을 발견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느 쪽이 먼저였건간에 우리가 이 젊음에 감동을 받는다면 그것은 그들 진심의 크기와 깊이의 공일거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잘 찍고, 잘 보정된 화려한 사진으로 무모한 젊음들을 무분별하게 끌어들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간에 그들이 카메라를 소매치기 당해서 그런 탓일지도 모르지만(책 133쪽에 관련된 일화가 있다.) 그들의 사진은 담담한 시선을 줄곧 유지한다. 그런 탓에 책이 좀 심심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그도 그럴것이 요즘엔 예쁘고 화려한 사진들로 무장한 책들이 워낙 많이 쏟아진다. 당연히 우리의 눈도 그에 따라 맞춰질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내가 먼저 진심을 담아 마음을 보이면 상대는 말이 통하지 않아도 그것을 감지하고 덩달아 마음을 열어준다는, 어쩌면 당연하지만 쉽게 잊고마는 사실을 이 책은 보여준다. 그런 부분을 읽고 있노라면 어느새 입가엔 슬슬 미소가 번지게 된다.
책에 담겨진 에너지는 놀랍다. 그들이 가진 에너지는 책에 오롯이 담겨져 있다. 
그리고 길에 모두 풀려 있다. 

그들이 독도를 알리면서, 그리고 여행 말미에서 깨달은 것은 일본을 싫어하거나 증오하는 것은 잘못된 태도이며 단지 일본의 태도가 옳지 못한 것이라는 점이었다. 그들이 세계를 여행하면서, 각국의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 삶을 직접 보고, 듣고, 느끼면서 깨달은 점은 아시아에 위치한 비슷한 문화를 가진 나라끼리의 반목이 생각보다 심하다는 것이었다.
한국에 있을때는 몰랐다고 했다.
그러나 많다면 많은 곳을 다니면서 아시아에 있는 나라 사이의 다른 점보다 비슷한 점이 더 많고, 눈에 잘 들어오더라고 했다. 
공감했다. 
언론의 시각에 따라 와와 몰려다녔던 것이 우리 아니었던가 생각한다.

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것은 눈.
넓은 시야와 깊은 시선이지 않을까.

으흠,
자, 지금도 늦지 않았다.
젊은이여 고고싱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