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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와 연애하는 법 : 중국에서 유럽까지 ㅣ 뚜벅부부의 배낭여행기 1
이호철.김승란 지음 / 예린원 / 2012년 7월
평점 :
- 말은 제 수레를 먹어치우고 먼 산을 바라본다
- 글쓰기가 어려운 까닭
- 글의 권위 뒤에는 음모와 독점이 숨어있다.
(충렬고 아이들한테 얘기할 것을 정리한다고 이렇게 석 줄을 써두고는 그만
책에 빠지고 말았다는 거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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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와 연애하는 법>을 읽다가 잠시 책을 덮고 이 글을 씁니다.
나는 여태 ‘知性’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지성인이란 으레 우아하고 예의 바르고 고상하지만
그 속에는 사람들을 무시하는 듯한 콧대를 숨기고 있거나
아예 내놓고 자기의 우월성을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지성’은 아름다운 것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줄곧 들었습니다.
세상 구경을 하는 사람들이 내놓은
수많은 책을 나는 거의 읽은 적이 없습니다만
내가 몇 권 만난 배낭여행기는 좀 날리고 천박하지 않은가 싶었습니다.
먹는 것이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저 이런저런 음식에 집착하거나
그곳 사람과 그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지 못하고
사진에 드러난 모습을 설명할 뿐입니다.
그런데 이 책은 지성이 담긴 눈으로 자기를 살피며 새롭게 만난 곳을 봅니다.
그 눈에는 그곳 역사와 사회에 대한 식견이 깔려 있습니다.
그것들은 인터넷 검색으로는 알 수 없는 사려 깊은 안목입니다..
더욱이 문장은 시종일관 차분하면서 담백합니다.
읽기 쉽게 쓴 문장이라 책을 넘기기도 쉽습니다.
그렇지만 가다가 문득 쉬어 가야할 만큼 속살이 풍만합니다.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맑고 빛납니다.
그래요, 깊은 산에서 만난 맑고 찬 샘물 맛입니다.
나는 요새 이호철 씨와 연애를 하듯 그를 알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을랍니다.
스스로 숨기고 자시고 하지 않는 사람이니 우리 모임 사람들이
다 알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한 마디 하라면 그를 아는 대부분 사람들이 말함직한 말,
‘인생을 알차고 아름답게 그러면서 치열하게 사는 사람.
그리고 자기를 비울 줄 아는 사람. 보기 드문 멋쟁이.‘
그런데 김승란 선생님은 꼭 한번 만나서 얘기 나누고 싶습니다.
그분은 성품도 아주 담백하리라 짐작 됩니다.
문장이 어찌 이리도 단아하고 흥분 한 번 안 하는지
‘절제와 지성’이 ‘제 잘난 체 하는 도구’인 줄 알아온 나를
부끄럽게 하신 분.
순례길 오르시기 전에 막걸리 한잔 대접하고 싶은 분.
아, 내일은 충렬고 학생들 만나 글쓰기 강좌를 하기로 약속했는데
시간은 새벽 2시가 넘었고
원고는 준비 안 됐고.
아까 저녁 운동 마치고는 원고를 준비해야지 하다가
<지구와 연애>한다고 시간 다 뺏기고
급하게 생겼구만.....
2015년 9월 24일 02:10
이상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