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벽사상과 종교공부 - K사상의 세계화를 위하여
백낙청 외 지음 / 창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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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심 : 우리나라 근대 사상가와 우리나라 고유 종교들의 가르침

- 난도 : 바로 읽어도 좋지만 어떤 부분은 약간 배경지식이 필요함.

- 대상 : 우리 근대 역사와 사상, 종교들이 주장하는 바를 (처음) 공부하고 싶은 사람

 

오늘날 사회 곳곳의 위기를 느끼는 사람, 위기에 휩쓸리지 않을 통찰력과 의지를 기르고 싶은 사람에게 권하는 책이다. 학자, 종교전문가들의 좌담회(유튜브 백낙청TV’)를 정리한 내용으로, 관련 배경이 많지 않다면 다소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학술적 개념은 잠시 뒤로 미루고 100여 년 전, 구한말과 일제강점기의 고난 속에서 피어난 깨달음, 사회운동, 실천종교로 이어지는 과정을 살펴보면 제법 솔깃하다.

 

동학농민혁명만이 처음과 끝이 아니다. 혁명의 토대가 된 동학에서 천도교, 증산교, 원불교로 이어지는 흐름과 한국 기반의 기독교에서 우리나라 고유의 시대정신에서 배울 점이 많아 보였다. 시대정신, 이 종교들은  사회구조의 변화와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후천적인 개벽 사상을 종교의 중심에 두고 있다. 위에서 아래가 아닌 만인의 평등과 공동체 정신으로 이뤄지며, 사회 계급을 넘어서 온 생명과의 공존을 중시한다. 그리고 빠르게 발전하는 물질(과학, 자본)의 노예가 되지 않도록 정신을 잘 가꿔서 (물질을) 바르게 쓰자는 내용이 돋보인다.

 

또한 이 종교들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신의 경지에 이른 사람, 나만 복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공경하며 함께 사는 가치를 알고 행하는 사람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기에 각자도생, 이기심, 온갖 현혹과 파괴가 끊이지 않는 요즘, 서양 근대 사상 말고도 우리나라에 뿌리를 둔 종교들에서도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책의 부제인 K사상의 세계화 이전에 우리부터 근대의 역사와 정신부터 알아야겠다. 어째 불과 100여 년 전이 더 미지의 세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책의 가장 마지막 단락을 적는 게 망설여졌지만, 이 책(좌담회)의 취지는 물론 종교의 핵심이 담겨있다고 생각하기에 옮겨 적는다.

 

인류의 동척사업을 위해 저는 불교의 연기, 원불교의 사은, 동학의 이천식천, 그리고 일상을 대속이라 보는 다석 사상이 함께 협력하여 인류를 같은 길로 나서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동척사업도 시대에 따라 성격이 달라지겠으나 이 시대에 적합한 방향과 목표는 이제 분명해졌다고 생각합니다. 지구 생태계를 구하는 일이 그것입니다.’ /p.400 백낙청 교수

*동척사업 : 모든 사업과 주장이 다 같은 세상을 개척하는 데에 힘이 되는 것을 알아서 서로 대동 화합하자. (원불교 삼동윤리 중 하나)

 

나를 구하면 우리를, 우리를 구하면 세계를 구한다. 세계는 뭇 생명과 생명 아닌 모든 존재이다. 우리나라 근대 종교가 물질의 발달 그리고 혼란을 간파하고 정신의 개벽을 바로 세우는데

힘을 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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