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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의지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6
황현진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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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의지‘라는 제목부터 벌써 흥미로워요. 이번 리커버도 너무 예뻐서 더더욱 기대가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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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 을유사상고전
아르투르 쇼펜하우어 지음, 홍성광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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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은 19세기 독일의 저명한 사상가이자 철학자인 쇼펜하우어의 사상의 결정체이다. 제1부는 행복론으로, 인간을 구분하는 세 가지(인간을 이루는 것, 인간이 지닌 것, 인간이 남에게 드러내 보이는 것)를 기준으로 행복한 삶을 정의한다. 제2부는 인생론으로, 삶과 죽음, 종교와 학문 등 삶의 안팎을 이루는 굵직한 요소들에 대한 밀도 있는 철학을 담고 있다. 그리고 뒤에는 색채론과 홍성광 번역가의 해제까지 수록되어 내용을 한층 풍성하게 감상하도록 한다.

책을 펼치기 전에 나는 무엇보다도 염세주의 철학자가 말하는 행복이란 무엇일지가 궁금했다. 그는 인생은 고통의 연속이며 고통을 처리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한다. 즉 행복은 거창한 게 아니라 고통이 없는 상태라는 것이다. 행복이 우리가 도달해야 하는 눈부신 목표 지점이 아니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무료함에 가깝다면 허망하면서도 한편으론 위안이 되기도 한다. 사실 행복은 정해진 모양도 없고 눈에 보이지도 않아서, 명확하고도 뚜렷한 고통들을 하나둘 없애나가면 그만이니 말이다. 그저 무탈하시라는 슴슴한 인삿말이 가진 무게를 여기서 느낄 수 있었다.

오늘날에도 많은 이들의 나침반이 되어주는 만큼, 쇼펜하우어의 사상은 앞으로도 오랜 세월에 걸쳐 전해질 것이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새로운 잣대가 필요하기도 하고 개인마다 각자의 삶에 적용해보면서 지혜의 모양이 다듬어질지라도 말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낙관적인 염세주의자의 면모는 현시대에도 필요한 덕목이다. 삶은 고통이지만 그러므로 내면과 현재에 집중하고 유머를 잃지 않으려는 적극적인 의지. 알면서도 잊어버리기 쉬운 이 마음가짐은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태도이지 않나 싶다. 『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에서 이야기하는 바를 삶을 겪어냄으로써 온몸으로 이해하는 날이 오길 기다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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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심장 가까이 암실문고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지음, 민승남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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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책장을 덮기까지의 여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부모님의 부재와 숙모의 집에서 잠시 지냈던 시간, 선생님과 기숙학교, 오타비우와의 결혼까지. 주아나의 삶을 이루는 사건들이 순차적으로 전개되는 대신 의식의 흐름에 따라 불규칙적으로 펼쳐진다. 그것들은 마치 깨진 유리 조각처럼 날카롭게 어질러져 있어 두 손으로 그러모으려 할 때마다 생채기가 나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더 이상 조각을 짜맞추기를 멈추고 주아나의 요동치는 심리 상태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기로 했다. 어떠한 상황을 맞닥뜨릴 때마다 그것이 유발하는 의식의 이미지들이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져서, 그 광경을 마주한 주아나와 함께 격렬한 파도에 휩쓸렸다가, 불길에 휩싸였다가를 반복했다.


"그래, 하나의 점처럼 길을 잃은 거야. 차원 없는 점, 단 한 번, 하나의 생각. 그녀는 태어났고, 죽을 것이며, 세상은······. 그 느낌은 빠르고 깊었다: 하나의 색깔―들판처럼 고요하고 드넓은 빨강―속으로 냅다 뛰어들기. 이따금 위대한 사랑의 순간이 찾아올 때마다 그녀를 기습해오던 그 맹렬하고 즉각적인 인식. 마치 익사하는 사람의 눈에 마지막으로 보이는 광경 같은 것." (p.214)


분명한 건 이전에 겪어보지 못했던 독서 경험을 했다는 사실이다. 클라리시 리스펙토르는 정신적이고 영적인 영역의 체험을 활자로 옮기려 노력하였지만 나는 그것이 완전히 달성되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래서 그가 전달하고자 했던 언어 너머의 세계를 상상하고 여기에 몸을 맡기려고 시도했다. 따라서 머리로 이해하며 읽었다기 보다는 온몸의 감각세포가 깨어나면서 겪어졌다는 데에 가깝다. 비록 예상대로 쉽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언젠가 다시 한번 펼쳐보고 싶을 정도로 매력있는 작품이자 작가임에는 틀림없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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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을유세계문학전집 123
막심 고리키 지음, 정보라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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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하층 계급 노동자인 펠라게야 블라소바는 아들 파벨과 단둘이 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공장 노동자인 파벨이 노동 혁명을 주도하기 시작하면서 어머니의 삶 또한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휩쓸린다. 처음 파벨의 계획을 접했을 때 어머니는 큰 충격을 받고 혼란스러워하지만 이내 아들의 결정을 지지하기로 한다. 그렇게 파벨의 동료들도 차츰 만나게 되면서 어느 순간 자신의 마음속에서 불씨가 타오르는 것을 느끼고, 결국 발 벗고 나서서 혁명 활동에 동참하기까지 한다.


『어머니』는 1905년 러시아 혁명과 '피의 일요일' 사건을 배경으로 하여 당시 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과 투쟁 과정 등을 생생하게 엿볼 수가 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파벨이 아닌 어머니의 시점으로 전개되어 여성주의적 관점이 돋보인다는 점이다. 어머니는 파벨의 활동이 초래할 위험을 매번 두려워한다. 하지만 끝내 멈추지 않는다. 어찌 보면 상반되어 보이는 이 두 가지 모습 사이에 어머니의 지난한 분투가 촘촘하게 수놓아져 있다. 따라서 뼈대가 되는 줄거리뿐만 아니라 심리 묘사에 중점을 두고 읽어도 좋은 소설이었다.


+ 지난번 서포터즈 독서모임에서 내가 작품 속 어머니였다면 어떻게 행동했을지에 대해 생각을 나누었다. 혁명 활동이 워낙 위험을 수반하는 일이기 때문에 아들의 안위가 걱정되겠지만, 가족이고 소중한 사람이므로 하고자 하는 바를 최대한 지지해줄 것 같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었다. 나도 이에 공감했다. 하지만 막상 유사한 사건이 닥친다면 말리는 데 급급하지는 않을까, 그저 가정이기 때문에 어머니의 결단을 너무 쉬운 일로 깎아내린 것이 아니었을까 마음이 오랫동안 편치 않았다. 그만큼 어머니의 행동에는 보통을 넘어서는 용기가 필요했을 터임을 서서히 체감할 수 있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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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기 구겐하임 - 예술 중독자 현대 예술의 거장
메리 V. 디어본 지음, 최일성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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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죽을 때에 이르러서는 오로지 자신만이 읽을 수 있는 외로운 책을 갖게 된다. 자신만이 읽었고 읽을 수 있으며 단 한 번 낭독되었고 앞으로 결코 완독될 일이 없는 책이다."(김겨울, 『책의 말들』) 한 사람의 인생은 다른 누군가가 온전히 겪어낼 수 없으며 그 인생의 주인 또한 오직 한 번뿐이니, '외로운 책'을 써내려가는 각자는 고독한 여정이 아닐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들은 책, 그중에서도 전기라는 형식을 빌려 삶이 세대를 초월하여 지속되기를 열망한다. 그렇기에 전기를 읽는 일은 설렘과 동시에 상당한 마음가짐을 요한다. 이번에 20세기 현대 미술 컬렉터로 널리 알려진 페기 구겐하임의 일생을 통과하면서도 마찬가지였다.


페기 구겐하임은 부유한 독일계 유대인 가문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주어진 운명을 따르는 대신 예술 컬렉터의 길을 택한다. 페기는 직접 그림을 그리는 등의 예술 활동을 하지는 않았지만, 예술가들을 아낌없이 지원하면서 현대 미술을 빛내는 데 일조했다. 그리고 "고급 예술과 대중문화 사이의 벽이 허물어져야 하고, 예술은 인간적인 견지에서 관람되어야 하며 미술관에 갇혀 있는 유미주의적인 무언가여서는 안 된다"(p.400)는 원칙은 그가 펼쳐 온 모든 활동의 중심에 있었다. 안정적인 삶을 기꺼이 포기하고 자신이 추구하는 바를 끝까지 고수하며 살아가는 열정적인 페기의 모습이 여전히 생생하다.


이 책은 페기에게 있었던 일들을 굉장히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그 당시 지인들과의 복잡미묘했던 감정이나 편지로 나누었던 대화들, 게다가 여러 번의 결혼을 비롯한 화려한 사생활까지. 왠지 남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혹자는 페기를 향해 부정적인 시선을 던질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의 자유분방한 인생 또한 삶의 형태 중 하나일 뿐이지 않나 싶다. 페기는 애정을 아낌없이 주는 사람이었고 항상 그만큼의 애정을 받기를 원했다. 하지만 그래서 외로운 사람이기도 했다. 언제나 사람들로 둘러싸여 있는 반면 어딘가 쓸쓸해보였던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예술 컬렉터로서의 페기 구겐하임뿐만 아니라 페기라는 개인의 면모도 자세히 알 수 있었다. 이것이 전기만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했다.


+ 사뮈엘 베케트나 막스 에른스트와 같이, 이미 저명한 예술가들의 이름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이들도 무명 시절이 있었다는 아주 당연한 사실이 매우 흥미로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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