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시
게오르규 지음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 1994년 12월
평점 :
절판


25시......무슨 미스테리물 같은 느낌이 물씬 풍겨나는 책제목은읽기 전부터 나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25시...그것은 인간 문명이 사라지고 기계 문명에 지배되어 모든 것이 파괴되어 버린 후의 최후의 시간 다음의 시간이라고 게오르규는 말했다. 기계라는 것이 처음 등장하고 난 뒤 인간이라는 존엄한 존재는 그 인간이 만들어 놓은 고철덩어리에 의해 짓밟히고 지배당하는 그런 시대임을 느낄 수 있다. 기계의 발명으로 전쟁이라는 것은 더 튼 잔혹함으로 세계적으로 퍼져 나갔고 제 2차 세계 대전에서 인간이 보여준 잔인함은 극에 달했다.

그러나 게오르규는 제 2차 세계 대전의 페단을 유럽인들의 시각으로 펼치기 보다는 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약소 국가의 순진한 농부 요한 모리츠를 통해 이끌어 나갔다. 또한 '트라이안 코루가'라는 25시를 주제로 글을 쓰고 있는 작가를 등장시켜 게오르규의 생각을 풍자스러운 필체로 꾸며 나갓다.

나는 트라이안의 그 문체와 고뇌를 통해 나오는 그의 정신 세계가 좋았다. 그렇기에 그가 겪은 아픔이나 정신적인 고통에 공감할 수 있었고, 그가 자살을 결심하고 금지선을 넘어 철조망을 향해 다가갈 때에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내가 느낀 안타까움은 그것에서 끝나지 않았다.

백 다섯 군데의 수용소를 전전하면서 고문과 기아에 허덕이던 요한 모리츠는 겨우 석방되어 아내와 아이들의 품으로 돌아가지만 그는 불과 8시간의 자유를 누린 채 합법적이고 인도적인 것처럼 위장하고 있는 미국 소속의 수용소에 다시 감금된다. 그의 감금은 또 다른 시각을 의미하고 있는 듯했다. 끝나지 않은 인간과 기계 문명사이의 전쟁

<25시>라는 책은 내가 충분히 이해하기는 어려운 책이었다. 따라서 게오르규가 말하고자 한 것을 다 이해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25시를 읽으면서 게오르규가 세계의 미래를 그렇게 부정적으로 볼 수밖에 없었던가 하는 생각을 해봤다. 그 당시의 미래는 분명 절망적이고 미래의 희망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아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세계는 게오르규의 말처럼 구원이나 희망의 길마저 막혀버린 절망적인 시간은 아니다. 아직 세상에는 사랑이라는 것과 희망이라는 것이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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