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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속에 숨은 마법 시계
존 벨레어스 지음, 공민희 옮김 / 살림 / 2018년 10월
평점 :

어린 시절 나는 일주일에 두세번은 어머니 손을 잡고 도서관에 갔다. 내게는 항상 읽을 동화책이 있었다. 초등학교에 들어간
이후부터는 혼자서도 도서관에 잘 다녔다. 이 책이 대상으로하는 초등학교 고학년 시기의 아이들은 얇은 책에서 두꺼운 책을 도전해보게 되는 과정에
놓여 있다.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지. 고학년 쯤 되면 도서관의 어린이 코너에서 벗어나 몇 배는 책이 많은 일반 열람실로 들어가보고 싶어한다.
그러나 바로 두껍고 어려운 책에 손대보았자 어린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을 터였다. 나는 빨리 어른 책을 읽고 싶었다! 그래서 약간 두꺼운
재미있는 소설부터 읽어보기 시작했다. 영화로 치면 전체관람가인, 남녀노소 모두 좋아하는 그런 책들. [벽 속에 숨은 마법 시계]도 그런 책이다.
책을 읽으며 그 시절의 나에게 읽어보라 추천해주고 싶었다.
소포를 풀자마자 나타난 처음 보는 책 표지에 나는 탄성을 질렀다. 윽.. 너무 예뻐...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만들어진
그림과 디자인들은 어째 성인이 되어 더욱 끌리는 것같다. 하여튼 더는 견딜 수 없어서 얼른 책을 펼쳤다. [벽 속에 숨은 마법 시계]는
미국의 호러 판타지 작가 존 벨레어스의 대표작이다. 1973년 출간한 이후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오래 전 만들어진
책이지만 이 책은 여전히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 책의 배경은 고딕풍의 신비롭고 기이한 분위기를 풍기며, 화려하고 재치있는 마법들로 가득하다.
책의 주인공 루이스는 자기 눈앞에 펼쳐진 이 멋진 세상을 좋아한다. 나도 책을 읽는 동안은 어린 루이스와 함께 환상적인 마법 세계 속에 있는 것
같았다. 여린 루이스는 그 나이대에 겪기는 벅차보이는 슬픈 상황에 처하지만, 따뜻한 삼촌과 짐머만 부인을 만나 새로운 안식처를 얻는다. 든든한
두 사람을 뒤에 두고서 루이스는 성장한다.
책이 독자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요소는 루이스가 난관을 겪고,
성장하는 부분에서다. 난관에 처했을때 자신이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판단하는 건 어렵고도 중요한 일이다. 그 어린 루이스는 자신을 사랑해주는
소중한 삼촌과 짐머만 부인을 위해서 어려운 결단을 내리고, 행동한다. 툭하면 울고 겁내는 루이스가 무시무시한 마법사 이자드 부인과 정면대결한다.
스스로를 극복하고 커다란 위협에 맞서는 주인공의 모습은 언제나 우리에게 감동과 교훈을 준다. 루이스처럼 그 어린 시절에도, 지금도 우리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넘어서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렇게 쭉 펼쳐진 미로같은 삶을 받아들이면서 점차 어른이
되어간다.
하지만 우리는 누구나 상처입고, 사랑받고 싶어한다는 면에서 여전히 어린아이를 내면에 품고 있다.
그것은 우리가 아이들과 소통하고, 어린이 문학에서 배울 점을 찾도록 해준다. 쌀쌀한 이번 겨울, 조카를 무릎에 앉히고 스산하며 화려한 마법
세계에 함께 빠져보는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