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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고독은 외롭지 않다 - 우리가 사랑한 작가들의 낭만적 은둔의 기술
헨리 데이비드 소로 외 지음, 재커리 시거 엮음, 박산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11월
평점 :
혼자서 템플스테이를 갔던 날, 절 앞의 바위에 가만히 앉아 새소리를 듣고 있는데 지나가던 어떤 분이 말을 걸었다. 혼자 템플스테이에 왔냐며, 진정한 고독을 즐기고 있는 것 같길래 지켜보고 있었다고. 그 순간부터 문득 요즘 내가 고독을 즐기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끄러운 바깥에서 너무 치여 살다 보니 나는 조용한 것을 좋아한다는 걸 지금에 와서야 깨닫게 되었다. 고독의 글들을 모아놓은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고독을 즐겼다는 것을 알았다. 요즘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은데도 별 외로움을 느끼지 않아서 외롭다는 느낌을 회피하고 있는 줄로만 알았는데, 외롭지 않은 고독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정말 고독하고도 조용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옮긴이 후기가 참 공감이 간다.
“세상에는 은둔하기에 남보다 더 적합한 성격의 사람들이 있다. 소심하고 겁이 많은 데다, 섬세한 감정과 정서를 지니고 있으며, 어떤 속박에도 쉽게 굴하지 않는 사람들이 이런 변화에 더 만족스럽게 적응하는 편이다.” 누가 내 이야기를 가져다 썼지? 최근 들어 대학원 생활이 고독을 즐기기엔 최적화된 환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이 세상에 홀로 왔고, 우리를 앞서간 그 누구와도 같을 수 없으며, 각자의 사정에 따라 혼자 이 세상을 떠납니다. 인간은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각자 인생이라는 항해를 떠나는 하나의 영혼일 뿐입니다.”
“나이를 불문하고 자연이 우리에게 가르치는 위대한 교훈이 있다면 바로 독립, 자기 보호, 자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