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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휼을 구하는 기도 ㅣ 헨리 나우웬 영성 모던 클래식 6
헨리 나우웬 지음, 이지혜 옮김 / 포이에마 / 2014년 9월
평점 :
기도를 대개 대화, 호흡, 찬양 등으로 표현합니다. 헨리 나우웬의 ‘긍휼을 구하는 기도’를 읽으며 기도는 한 끼 식사가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가브리엘 엑셀 감독이 1987년에 선보인 ‘바베트의 만찬’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덴마크 바닷가 어느 외딴 마을에 자신들의 시간과 노력으로 선행을 베푸는 두 자매 마티나와 필리파가 살고 있습니다. 검소하고 금욕적인 청교도 생활과 몸이 불편한 이웃을 돌보며 살고 있습니다. 엄격한 목사 아버지로 인해 이루지 못한 사랑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던 어느날 바베트라는 여인이 찾아옵니다. 필리파의 젊은 시절 연인이었던 파판의 편지를 갖고 온 바베트는 프랑스 혁명 당시 일어난 전쟁으로 남편과 아들이 잃고 이곳으로 피신을 오게 된 것입니다. 바베트는 이 작은 마을에서 무려 14년간을 두 자매를 위해 헌신하게 되지요. 그리고 바베트는 한적한 마을 사람들에게 고마운 존재가 됩니다. 어느 날 바베트는 일만 프랑이라는 엄청난 금액의 복권에 당첨 됩니다. 그로 인해 바베트와 마을 사람들 사이에 긴장감이 흐르게 되고 마을에 작은 파장이 일어납니다. 바베트는 그런 마을 사람들을 위해 정성스레 만찬을 준비 하지요. 평생을 금욕과 절제의 삶을 살며 빵 죽과 가자미 스프만 먹었던 마을 사람들은 바베트의 만찬에 창백한 얼굴이 됩니다. 이런 음식을 먹는 것이 죄가 아닐까 해서요. 하지만 서로 싸우고 헐뜯고 예민했던 사람들이 식사가 끝나면서 모두들 서로 축복해 주게 됩니다. 바베트가 받은 일만 프랑의 당첨금 전부와 바베트의 정성이 담긴 만찬으로 인해 마을 사람들 간의 반목이 녹아내린 것입니다. 우리는 아무나 하고 식사를 하지 않습니다. 혼자 먹을 지언정 어색하거나 불편한 사람과 함께 식사를 하면 그 식사 시간을 망쳐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기도도 그렇습니다. 기도를 어디에서나 할 수는 있지만 아무한테나 아무렇게나 하지는 않습니다.
나누웬이 79년 뉴욕 주에 있는 제네시 수도원에서 2월부터 8월까지 피정하며 써 내려간 ‘긍휼을 구하는 기도’는 기간으로 구분해 두려워하는 마음, 긍휼을 구하는 기도, 희망의 빛줄기, 성령의 능력, 세상의 필요, 감사하는 마음을 소제목으로 붙였습니다. 소제목만으로 나누웬이 피정기간 동안 어찌 변화된 삶을 살았는지 느끼게 해 줍니다. 한 평생 예수의 삶을 살고자 노력했던 나우엔의 내면세계를 정성스레 쓴 기도문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됩니다. 관조적이며 관념적인 낱말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서 오롯이 맞닥뜨려야 했던 문제들, 그로 인해 겪었던 신앙과 내면의 갈등을 포장되지 않는 날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낱말 하나, 문장 하나를 허투루 넘길 수 없습니다. 웰빙을 외치던 시대에서 힐링이 넘쳐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책과 강연과 각종 프로그램은 물론, 티브이 예능프로그램까지.. 하지만 40여 년 전에 쓰여진 나우웬의 기도문은 오늘의 한국사회에 힐링이 아니라 긍휼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자신을 위해 한 시간을 울 수 있는 사람은 온 세상을 가르치는 사람보다 훌륭하다. 자신의 약함을 아는 사람은 천사를 본 사람보다 훌륭하다.(3월 26일 월요일 일부)’ 정성과 사랑, 자신의 전 재산을 쏟아 넣은 바베트의 한 끼 식사로 마을 사람들의 관계가 회복되었듯 나우웬 삶에서 끌어올린 정성의 기도문은 깊어가는 가을 우리 영혼의 시원한 냉수 한 그릇이 될 것입니다. 우리 기도 한 끼 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