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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터 ㅣ 미드나잇 스릴러
로저먼드 럽튼 지음, 윤태이 옮김 / 나무의철학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심리 서스펜스 소설 시리즈인 <시스터>, 오랫만에 읽은 스리러물이다. 작가 로저먼드 럽튼은 영문학을 전공하고 카피라이트, 서평작가, 시나리오 작가 등등 다양한 글들을 써오다가 2010년, 이 소설로 데뷔했다고 하는데, 이 책의 여주인공 역시 영문학 전공자로, 중간중간 문학 작품이나 영시들을 인용하는 대목들이 나오곤 한다. 전혀 경험하지 않은 세계를 쓰면서도 작가 자신의 이야기가 슬쩍 끼어드는 점이 재미있다.
제목처럼 두 자매의 이야기가 중심이다. 언니인 비어트리스는 어느날 동생 테스가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뉴욕에서 급히 런던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동생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경찰은 자살로 결론을 내리고 사건을 종결시키려 하지만, 비어트리스는 테스가 자살하지 않았을거란 확신을 가지고 혼자 동생 주변을 탐색하며 범인을 찾아나간다. 모두를 의심하며, 주위 사람들의 만류와 비웃음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것들을 하나씩 잃어가면서도 그녀는 포기할 마음이 없다. 누구보다 동생을 잘 아니까, 결코 자살할 테스가 아니니까. 뉴욕에서의 직장을 읽고, 약혼자를 떠나보내고, 무엇보다 세상을 대하는 자신의 삶의 태도를 바꿔가면서 그렇게 단서를 찾아간다. 그리고 마침내 진실과 마주한 순간 치명적인 위험에 빠지게 되는데...
전체적인 스토리 구성이 매우 전형적인 추리물의 룰을 따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 소설은 스릴러라고 하기에는 긴박감이나 속도감이 조금 부족했다. 읽어나가면서 단박에 훅 빨아들이는 힘이나 책장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몰입감 면에서 '느슨하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스타일리시한 만큼 흥미로운 이 작품은 범죄소설과 문학작품이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자리를 동시에 차지했다'는 제프리 디버의 글이 쓰여있는데, 양립하기 어렵다는 부분 만큼은 정말 맞는 말인 것 같다. 범죄소설이라기엔 느슨하고, 문학작품이라기엔 스토리가 지나치게 쟝르적이라는 느낌이랄까.
이처럼 애매하다면 애매한 소설이었지만 두 명의 '시스터'가 있는 내게는 공감할 수 있는 부분 들이 있었고, 결국 한 개인의 공명심과 망상, 과학의 힘에 대한 맹신 등이 어떻게 반사회적인 행동으로까지 이어지고 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 사실 이 소설 속의 자매, 비어트리스와 테스는 성격과 삶에 대한 가치관이 다른데다 다섯 살의 나이차가 있다는 설정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은 '친했다'. 자매라는게 그런 것 같다. 상대의 스타일을 굳이 모두 수용하지는 않더라도 자라면서 함께 했던 축적된 시간의 힘, 몸 깊은 곳에까지 스며들어 있을 함께 보고 경험했던 숱한 사건의 경험 들, 자매라는 낙인이 새겨져 있을 이중나선 DNA를 그 관계를 단단히 붙잡아 주는게 아닐까.
너와 나는 레오의 죽음과 아빠의 부재, 학교에 이미 지각했는데 숙제를 잃어버린 기억, 스카이섬으로 떠난 휴가,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우리만의 규칙으로 이어져 있어. 우리는 우리의 몸을 반으로 가르고 들어와 그저 기억만으로 남지 않고 우리 존재의 일부를 이루는 수십만 개의 기억으로 이어져 있어.
먼저 세상을 떠난 동생, 사소한 것까지 모두 안다고 생각했는데 가장 결정적인 것을 알지 못했다는 자책까지 더해진다면 모든 언니들은 아마도 끝까지 진실을 찾고 싶을 것이다. 이 소설 속의 비어트리스처럼 말이다.
쫄깃하고 서늘한 스릴러, 페이지가 술술 넘어가는 추리물을 생각한다면 조금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다. 그렇다고 멋진 문장이나 문학성을 기대하기에도 역부족인 소설인 것 같다. 내게 있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언니가 자신과 다른 동생의 삶의 방식을 이해하고 애정을 가지며 변해가는 모습이 주는 소소한 감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