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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ㅣ 나폴리 4부작 2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6년 12월
평점 :
품절
나폴리 4부작 중 첫번째권 <나의 눈부신 친구>를 읽고, 마지막 책장을 덮자마자 궁금해졌던 레누와 릴라의 그 후 이야기는 그 두번째 권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긴 시간에 걸친 이야기인만큼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살짝 부담스러운데 이 책은 앞 쪽에 등장인물 소개가 별도로 붙어있어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특히 2권은 마치 제 1부의 이야기를 요약해 놓은 듯 보일만큼 친절한 등장인물 소개가 붙어있어서 따로 복사해놓고 보았더니 읽는 내내 유용했다.

마침내 다른 길로 들어서는 릴라의 화려한 결혼식 장면에서 끝났던 1부, 하지만 초대받지 않은 손님의 등장으로 앞으로의 결혼 생활에 대한 거친 풍랑의 예감이 확 밀려왔었는데...
"기대했던 난장판은 벌어지지 않았다. 릴라와 내가 미지의 세계로 도망치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젠 돌이킬 수 없다. 릴라는 내게서 완전히 떨어져나간 것이다."
그렇게 결혼식을 마치고 신혼여행을 떠난 릴라는 스테파노의 또다른 페르소나와 마주하게 되고, '온 힘을 다해 그를 증오'한다. 한편 레누는 계속 학업을 이어가면서 릴라와의 관계와 거의 '사투'를 벌이는 듯 보인다. 릴라에게 매료되고, 릴라와 함께 할 때에 비로소 온전한 기쁨을 누리기도 하고, 홀로 애태우고, 더이상 휘둘리지 않으려 결별을 결심했다가 다시 얽혀들어가고..., 자신에게는 없고 릴라에게는 있는 것에 대한 결핍감에 사로잡혀있는, 지나치게 생각(걱정)이 많은 레누의 모습이 안타까울만치 답답하게 이어졌다. 하지만 릴라 역시 레누에게 뒤지고싶지 않은 마음이 매우 강했었다는게 살짝씩 언급되기도 했다. 그렇게 각자의 절망을 부여잡고 릴라는 결혼생활을, 레누는 학업을 힘겹게 이어간다.
"우리 둘 다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시기였다."
삶을 알아가며 성장하는 레누와 삶을 온 몸으로 경험하며 성장하는 릴라의 삶, 타인에게 자신의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때로는 자신을 속이는 레누와 타인에게는 쉽게 거짓을 말해도 자신의 감정에는 솔직한 릴라. 생각해보면 우리에겐 이 두가지 모습이 조금씩 섞여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둘은 양 극단을 보여주지만, 우리 안에는 이 두가지가 조금 애매하게 희석되어 있다는 생각이. 아무튼 이렇듯 이 둘은 서로 완전히 다르면서도, 다른 누구로도 대체될 수 없는 둘만의 감정을 공유한다. 둘 사이의 이런 감정을 단순히 '우정'이라고 부르기에는 뭔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1권과 마찬가지로 너무도 드라마틱한 사건들이 (주로 릴라를 중심으로) 계속 이어지는데 그 중 인상깊었던 장면을 두 개만 꼽자면, 그 첫째는 레누가 어른들(특히 엄마들)의 세상에 시선을 주게 되는 장면이다.
"그날은 우리 동네 모든 어머니의 모습이 너무나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 지금 생각해보면 놀랍게도 그때 당시 이들의 나이는 기껏해야 나보다 열 살에서 스무 살 정도 많은 정도였다. ... 그런 변화가 시작되는 순간은 언제일까? 가사 일을 시작하면서 부터인가? 아니면 임신을 하면서? 남편에게 얻어맞기 시작하면서? 릴라도 눈치아 아주머니처럼 흉측해질까? ..."
다른 하나는 릴라가 초등학교 때의 선생님과 우연히 공원에서 마주치는 장면이다. 선생님은 <율리시스>를 읽고있는 릴라에게 말한다.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책은 읽지 말아라. 상처만 줄 뿐이야." 그녀가 진학하지 못하고 그 빛나는 재능이 꺽여버린걸 여전히 안타까워하는 선생님에게 릴라는 말한다. 자신은 '아무나 가운데 한 사람'이라고.
결국 릴라의 결혼은 스테파노의 외도와 릴라가 다른 남자의 아이를 낳으면서 끝장이 나버리고, 레누는 대학 졸업을 앞두고 소설을 출판하는 것으로 2권이 끝난다. 겹겹의 불행과 불안으로 자신을 몰아넣었던 '결혼상태'에서 벗어난 릴라와 이제 어엿한 작가로 성장한 레누. 이 둘 앞에는 또 어떤 생의 굴곡이 기다리고 있을지... 이어지는 3권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