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파리 - 한 조각.한 모금.한 걸음, 더 맛있는 파리 빵집.카페 가이드북
양수민.이지연 지음 / 벤치워머스 / 2017년 7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으며, 이런 부제를 만들어 봤다.
"파리 바게트의 빵이 아닌, 파리의 바게트 빵이 먹고싶다면 이 책을 읽으세요" (좀 허접하긴 하다 ㅠ) 이 책은 말하자면 파리의 빵에 대한 책이다.
정식 부제는 '한 조각, 한 모금, 한 걸음 더 맛있는 파리 빵집, 카페 가이드북'

두 작가 모두 단순한 미식가가 아닌, 그저 빵에 대한 사랑이 넘치는 '빵순이들'이 아닌, 무려 르 꼬르동 불루에서 프랑스 제과를 전공한 전문가들이다. 그래서 단순히 여행자로서 예쁜 까페나 맛있는 레스토랑을 찾아다니며 쓴 책과는 확실히 차별화되는 느낌이다.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감각적인 제과점 입구와 인테리어, 맛있는 빵과 디저트들, 멋쟁이 셰프들의 사진을 볼 수 있어 그것만으로도 즐겁다. 그리고 꼼꼼하게 소개된 빵 이야기를 읽다보면 어느새 입에 침이 고인다. 맛있는 빵을 위해 소금 한 톨, 버터 한 조각도 고르고 또 고르는 파티시에들의 엄격한 고집과 배려에 저절로 마음이 따뜻해진다.

난 그다지 맛에 예민하지 않아, 라고 쿨하게 얘기하는 사람들이라도 사진 속 빵들의 모양새를 살피는 것으로 충분히 황홀해질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리고 빵은 빵일 뿐이라는 생각으로 무심히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예감조차 하지 못했던 맛으로 입 안이 가득 찬다면... 그 순간은 다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인생의 한 컷이 될 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빵 하나로 그런 경지로 안내하기 위해 지금도 제과실에서 지혜와 노동을 쏟아붓고 있을 많은 제빵제과사들에게 저절로 경의를 표하게 된다. 무언가에 인생을 거는 사람들의 모습은 언제나 나를 경건하게 만들어준다.

그럼 ( 경건한 마음으로) 각별히 기억에 남는 빵을 소개해보자면 우선 '대나무 숯 화이트 초콜렛'이다. 숯을 넣어 까만 빵이라는데, 새로운 식재료에 대한 도전이 거의 무모함의 수준이란 생각이 들었다. 숯이 들어간 초콜렛맛 빵이라니.. 너무나 맛있어서 3분거리의 역에 도착하기도 전에 다 먹어버렸다는데... 이렇게 도전적인 빵을 만드는데는 얼마나 많은 실패가 필요할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그리고 꼭꼭 먹어보고 싶어진다. 제비꽃을 모티브로 한 빵도 특별했다. 느리게 걸어야만 발견할 수 있을만큼 작고 소박한 빵집, 그곳에서 플로리스트 아내를 위해 만든 제비꽃 보랏빛 빵을 먹으며 파티시에의 에너지 파동을 느껴본다면 행복이 성큼 다가설것만 같다.

처음 마카롱을 먹어보고 너무 단 맛에 질겁했던 기억, 이후로 좀더 균형잡힌 맛의 마카롱을 먹었던 기억, 그리고 이제는 진짜 완벽한 마카롱을 찾아서 파리로 떠나고 싶어진다. 파리의 어느 길목에서 어마어마한 크기의 마들렌이 있는 빵집에 가게 된다면 거의 장식용으로 전락한 책장 속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떠올리며 화들짝 놀라겠지. 그 유명하다는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서점의 복잡함을 피해 옆쪽에 있다는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카페에 들러 투박한 쿠키로 요기를 하게 된다면 분명 멋진 한 순간이 될 것이다. 무엇이든 파리만의 스타일로 변신시켜버리는 그들의 솜씨에 감탄하면서 천천히 시간을 보내고 싶다.

맛있는 빵이야기, 감동이 있는 빵만드는 사람들 이야기, 멋진 파리의 골목 이야기가 담긴 책이었다. 수년전 잠시 들렀던 파리, 그 아름다운 도시와 맛있는 빵을 남겨두고 떠나며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곳이다. 언젠가 다시 파리를 찾는다면 빵빵! 빵을 저격하게 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