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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도도 - 사라져간 동물들의 슬픈 그림 동화 23
선푸위 지음, 허유영 옮김, 환경운동연합 감수 / 추수밭(청림출판) / 2017년 8월
평점 :
사라져간 동물들에 대한 슬픈 보고서라고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겠지만, 작가가 딸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쓰여진 책이어서 아름다운 동화처럼 읽혔다. 하지만 많은 전래동화들이 그러하듯이 매혹적이면서도 잔혹한 동화였다. 내가 그들이 아니고 인간이라는 것이 부끄러워질만큼.
인간에 의해 멸종된 18종의 동물 이야기들, 그들은 참으로 여러가지 이유로 죽어갔다. 하나의 種이 만들어지기까지 헤아릴수 없이 긴 시간과 셀 수 없는 진화의 선택을 거쳐왔을텐데, 인간의 손에 의해 사라지는데 걸린 시간은 깜짝 놀랄만큼 짧았다. 때론 모자 장식을 위해서, 때론 단백질이 필요해서, 때론 그저 재미삼아서 우리는 그들을 죽였다. 나는 그들이 사라지고 나서야 그들의 이름을 접한다. 후이아, 고달루페카라카라, 주머니늑대, 모래고양이, 코끼리새...
이야기 하나하나를 읽을 때마다 새삼새삼 인간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 얼마나 이기적일 수 있는지에 모골이 송연해지기까지 했다. 심지어 같은 인간까지도 단지 '다르다' 혹은 '미개하다'는 이유로 멸종시키기까지 했다는게 놀라울 뿐이었다. 이미 알고있는 (혹은 배운) 이야기라고해도, 언젠가 들어본 이야기라고해도 그 충격이 줄어들지 않는 종류의 이야기도 있는 것이다.
특별히 내 가슴을 아프게 했던 동물은 파키스탄의 모래고양이였다. 고양이라는 동물이 주는 아련하고 연약한 느낌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들이 사라져간 과정이 조금 특별했기 때문이다. 사막에서 살았던 그들은 "뱀과 죽기 살기로 싸울 만큼 용감하지만 사람에게는 이상하리만치 온순"(126쪽)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사랑스럽고 온순한 이들을 애완용으로 길렀고, 이들은 "사람의 집에서 애완용으로 길러지는 것에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순순히 따랐다"(126쪽)고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들은 번식을 하지 않았다. 그저 사람의 보호와 사랑 속에서 점점 죽어가고 사라져간 것이다. 사막이라는 극한 환경에서도 꿋꿋이 살아남은 모래고양이를 멸종시킨 것은 바로 그들의 온순함이었다니.
이제는 박제된 모습으로 자연사 박물관에 남겨진 수많은 동물들, 자연스러운 진화와 멸종의 과정을 거친 동물들도 있지만 인위적인 파괴로 인해 멸종해가는 동물들도 있다. 인식이 많이 바뀌어 나름대로 보호책을 마련하는 움직임도 있지만 개발에 따른 기후변화와 서식지 파괴 등이 진행되고 있는만큼 생각보다 빠른 속도와 규모로 멸종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알고있다. 언젠가 읽었던 <여섯번째 대멸종>이라는 책이 떠오르기도 했다
"생물종 하나가 멸종할 때마다 인류는 고독을 향해 한 걸음씩 전진한다. 다른 생물종의 동행 없이 우리가 얼마나 멀리 나아갈 수 있을까?"
결국 우리 인간도 자연과 환경의 사슬 안에 있는 존재이고, 종 하나하나는 그저 단순히 그 새 한마리가 아니라 다른 자연계의 사슬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잃어버린 조각들이 하나 늘어갈 때마다 우리는 고독해지고, 우리의 세계는 무너져내리고 있다는걸 기억해야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