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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 - 선재 스님의 삶에서 배우는 사찰음식 이야기 ㅣ 선재 스님 사찰음식 시리즈 2
선재 지음 / 불광출판사 / 2016년 12월
평점 :
'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
단지 음식에 대한 취향을 묻는 질문으로 받을 수도 있지만, 이 책은 먹거리를 통해 '당신은 어떤 삶을 사십니까?'에 대한 답을 찾는 여정을 보여준다. 사찰음식으로 너무도 잘 알려진 선재스님의 음식에 대한 깊은 사유와 음식으로 얽힌 숱한 인연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산문집니다.
솔직히 나는 방송을 통해 얼굴이 잘 알려진 비방송인에 대해 약간의 비판적 선입관을 갖고있다. 방송에 나왔으니까... 라며 믿기보다는 오히려 더 신뢰하지 못하는 경향성이랄까. 어쨋든 그런 연유로 선재스님에 대해서도 (실제로 방송에 나온 모습을 본 일도 거의 없으면서) 약간의 편견과 오해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 한 권으로 그런 오해를 풀었음은 물론이다.
저자인 선재스님은 승가대학을 졸업하면서 사찰음식에 대한 최초의 논문을 쓰셨고, 이후 자신의 병을 사찰음식으로 치유한 체험을 한 뒤 위법망구 정신으로 사찰음식을 대중들에게 정해왔다고 한다. 이론과 기술을 모두 갖추신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명리를 위한 길들을 단호히 거절하고, 오직 사람들의 삶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보살행으로서 사찰음식을 알리고 만들어'왔다고 소개되어 있는데, 글을 읽어가다보면 이름을 알리고, 항상 대중을 만나면서도 수행자의 자세와 마음을 흐트러뜨리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글들의 내용은 주로 사찰음식을 가르치면서 얻은 여러 인연들과의 에피소드와 사연들, 그리고 본인의 어린 시절 추억에 대한 것들이다. 과장되지 않고 무심한 듯 쓰여진 문장에서도 깊은 관조가 느껴져 과연 수행하는 스님의 글이로구나... 하는 느낌과 더불어 내 기분도 덩달아 맑아지는 것 같았다.
특히 내가 가장 잘하고 싶지만 가장 자신없는 요리인 김치에 대해 쓰여진 글이 있었는데, 읽고나니 이제야말로 제대로 김치를 담가보고 싶어졌다. (물론 그 전데 제대로 새로 배워야할지도 모르겠다.)
"김치는 가장 소박한 밥상, 가장 화려한 밥상에도 빠지지 않는다. 김치 하나만으로도 완전한 밥상이고 아무리 훌륭한 밥상이라도 김치가 빠지면 허전한 것이다." (115쪽)
무를 넣고 담백하게 끎인 떡국을 독일일 쉐프에게 대접한 에피소드도 인상적이어서 당장 해먹어 볼 음식 리스트에 올려두었다. 단순한 조리법이지만 식재료간의 조화로움을 생각해서 만들어지는 한그릇이란 생각이 들었다.
모든 생명이 각기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있으니 다른 생명에 나쁜 영향을 주는 환경오염이나 살생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음식을, 나아가 세상을 대해야한다는 메시지는 계속 반복되어진다. 사람에게 음식이 진정 어떤 의미여야하는지 하는 질문도 계속 던져진다.
밥 한 그릇의 고마움, 소중함, 중요성을 생각하며 밥상앞에서 늘 깨어있는 마음. 나아가 지금, 여기, 나의 자리에서 늘 깨어있는 마음을 <당신은 무엇을 먹고 사십니까>라는 질문 앞에서 배우고 조금씩 깨달아 갈 수 있었다.
가족의 먹거리를 챙기는 사람뿐 아니라, 먹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우리 모두가 '내 앞의 한 끼'가 가지는 의미를 생각해보기 위해 읽어본다면 참 좋은 책이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