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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의 탄생 - 마음을 사로잡는 것들의 비밀
톰 밴더빌트 지음, 박준형 옮김 / 토네이도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예전에 어떤 블로거의 자기소개 글에서 '취향이 바뀌는 것이 내 취향'이라고 적어둔 것을 읽은 적이 있다. 또 어느 책에선가는 '너무 많은 선택지는 결국 선택불가를 의미한다'라는 글을 읽었던 기억도 있다. 그만큼 뭔가를 좋아하고, 기호에 따라 정확히 선택한다는 것이 얼마나 모호한 것인지를 말해준다. 그것이 바로 내 마음에서 비롯된 것인데도 말이다.
이 책은 '왜 어떤 것이 다른 것보다 좋을까?'라는 의문으로 시작한다. 결정과 선택에 확실한 동기가 없는 상태를 한 연구에서는 "단정한 심리적 이론으로 주워담지 못할 실험의 파편"(14쪽)이라고 묘사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렇듯 단정하게 정리될 수 없지만 너무나 궁금한 취향에 대한 여러 이야기와 흥미롭고 유의미해보이는 실험들과 이론들을 담아내면서 그것이 얼마나 뜬구름같으면서 한편으로 진실한 감정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읽다보면 무언가를 그냥 좋아하는 일에도 얼마나 많은 심리적 계산이 들어가는지 놀라게 된다. 어쩌면 싫어하지 않는 수많은 것들 중에서 심리적 만족을 주는 것을 내 취향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도 같다. 후회를 겪고싶지 않은 심리,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영향력을 갖고 있기를 바라는 심리, 과거의 경험들과 원시적 뇌의 경험, 새롭게 배워서 얻은 지식, 그밖에 열거될 수 없는 수많은 변수가 선택과 취향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2장. 우주보다 광활한 온라인 평가의 세계의 내용을 살펴보면 인터넷 입소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돈이나 에너지 면에서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아도 신호를 보낼 수 있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지는 않지만, 굳이 거짓말을 해야하는 동기가 별로 없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진실이라는 의미가 된다. 하지만 또한 단순한 그날의 기분이 평가를 좌우할 수도 있고, 극단적인 경우 (경쟁업체, 다른 리뷰어에 대한 질투 등) 순거짓말일 수도 있다. 총이용자수에 대한 평가자의 비율이 문제될 수도 있다. 등등. 이 모든 복잡한 전제들에도 불구하고 "이제 사람들은 평하는 일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클립을 하나 살 때도 누군가의 '평가'를 흘끔거린다."(130쪽)
세상 모든 일에 예외가 있다는 사실만이 예외가 없다는 말이 있는데, 이 책의 저자는 "취향에 대해서 말할 수 있는 유일한 한가지는 '앞으로 변한다'는 것 뿐이다."(254쪽)라고 적고있다. 취향에 대한 수많은 논의들은 허망하게도 언젠가는 변하는 일시적인 것을 쫓고있는 셈이다. 결국 지금 내가 가진 것 혹은 내가 가질 수 있는 것을 좋아할 수 있을 때 우린 행복하지 않을까...
전반적으로 조금은 빽빽하고 학술적인 느낌이어서, 내용 자체가 충분히 흥미롭지만 가벼운 호기심만으로 꼼꼼히 읽어내려면 약간의 집중과 인내가 필요할 수도 있는 책이었다.